‘음대 채용 비리’ 경북대 교수들 유죄 확정
‘연주곡명’ 미리 알려줘
법원 “공정성 훼손, 엄벌”
교수 채용 과정에서 사전에 합격자로 내정한 특정 지원자에게 시험 정보를 미리 알려준 혐의를 받는 당시 경북대 교수 2명에게 유죄(징역형 집행유예)가 확정됐다. 이들은 국가공무원법에 따라 교수직을 잃게 됐다.
11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1부(주심 신숙희 대법관)는 지난달 위계공무집행방해와 공무상 비밀 누설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전 경북대 음악학과 교수 A· B씨의 상고심에서 각각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원심판결을 확정했다.
A씨 등은 2022년 6월 진행된 경북대 음악학과 피아노 전공 교수 채용 과정에서 지원자 3명 가운데 하나인 C씨를 뽑기로 공모하고, C씨가 실기 심사에서 좋은 점수를 받을 수 있도록 평가에 사용할 연주곡들을 미리 알려준 혐의로 기소됐다.
채용 절차 3단계인 실기 심사에서는 지원자들이 직접 피아노곡 3곡 이상을 연주하는 ‘공개연주’와 지원자가 피아노 전공 학생들 연주를 듣고 즉석에서 지도하는 방식을 평가받는 내용 등도 포함돼 있다.
본래는 심사 당일, 심사 장소에서 곡명을 공지해야 한다.
당시 이 학과에서는 학연에 따른 교수들 간의 파벌 싸움이 심화되고 있었고, 특정 파벌에 속한 A씨와 B씨가 사전에 점 찍어 둔 지원자를 교수로 뽑으려 했다는 것이 수사 기관의 시각이다.
C씨는 3명 중 최고점을 받아 마지막 전형인 총장 주관 면접자로 선정됐고, 최종 합격해 2022년 9월 교수로 임용됐다.
검찰은 대학측이 피고인들의 ‘불공정 실기심사’ 행위를 모른 채 면접을 실시했다며 위계공무집행방해 혐의를 적용했다.
A씨와 B씨는 1심에서 자신들이 곡명을 순차로 C씨에게 알려 준 일은 있다고 인정했다. 다만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해 알려줬을 뿐, C씨를 합격자로 내정해 놓고 저지른 일은 아니었다는 취지로 항변했다.
나아가 C씨가 실기심사의 다른 평가 요소인 공개연주 심사에서 다른 경쟁자들보다 평균 점수가 8점이나 높았던 만큼, 문제된 공개수업 심사와 상관없이 면접 대상자가 될 수밖에 없었다고 주장했다.
1심 재판부는 “10분이라는 짧은 공개수업 실기 특성상 곡명을 미리 알면 즉각적인 반응과 자연스러운 대처가 가능해진다”면서 곡명을 미리 파악한 지원자는 다른 후보자들보다 유리해져 채용 공정성이 침해됐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또 “피고인들은 고위 교육공무원인 국립대 교수로서 이에 상응하는 청렴성과 도덕성을 지녀야하는 본인들의 지위와 신분을 망각해 사회적 비난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질타하기도 했다.
A씨 등은 “곡명이 유출됐더라도 채용 결과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았을 것”이라고 주장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2심 재판부도 “곡명은 공개채용의 공정성을 담보하기 위해 실질적으로 비밀로 보호할 가치가 있고, 누설될 경우 그 공정성을 위협받을 수 있는 사항으로 보기에 충분하다”면서 원심 판단을 유지했다. 대법원도 “원심 판단에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며 상고를 모두 기각했다.
현행 국가공무원법 등에 따라 금고 이상의 집행유예가 확정된 사람은 교육공무원인 국립대 교수직을 맡을 수 없고, 맡던 직책에서도 당연 퇴직해야 한다.
김선일 기자 sikim@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