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첫 자산이 평생을 가른다

2026-02-19 13:00:02 게재

출발선 격차 구조화 … 집 산 시점·부모 지원 여부가 자산 규모 좌우

청년기에 처음 형성한 자산이 이후 평생의 자산 수준을 좌우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월급보다 부모 지원과 주택 구입 시점이 계층 이동에 더 큰 영향을 미쳤다. 주택을 보유한 청년과 무주택 청년의 격차는 시간이 갈수록 확대됐다. 근로소득만으로 자산 격차를 줄이기 어려운 구조도 확인됐다.

19일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자산 격차 요인 분석과 정책 과제’ 보고서에 따르면 2007년 청년층을 2023년까지 추적한 결과 부모로부터 자산을 이전받았거나 대출을 활용해 주택을 구입한 집단은 이후에도 자산 상위층에 머물렀다. 반면 사회 초년기에 생활비를 차입하며 출발한 무주택 청년은 장기간 자산 하위층에 머물렀다. 초기 자산 보유 여부가 이후 격차를 확대하는 요인으로 작용한 것이다.

자산 유형별로 보면 주택을 보유한 상태에서 대출을 활용한 집단의 자산 규모가 가장 컸다. 주택이 없고 저축도 적은 집단은 자산 증가 속도가 느렸다. 초기 자산 구성의 차이가 시간이 지날수록 커졌다는 의미다. 이는 자산 형성의 출발선이 개인 노력보다 부모 지원과 시장 진입 시점에 크게 좌우된다는 점을 보여준다. 특히 부동산 시장에 언제 진입했는지가 자산 수준을 결정하는 핵심 요인으로 작용했다.

◆계층 따라 달라진 빚 = 격차를 키운 핵심 요인은 주택과 부채의 성격이었다. 주택 구입 대출은 주택 가격 상승과 함께 자산을 늘렸지만 생활비 대출은 상환 부담으로 남았다. 같은 부채라도 담보 여부에 따라 자산 축적 수단이 되거나 생활 부담이 됐다. 대출 이용 조건 자체가 계층별로 달라 금융 접근성이 자산 격차 확대 요인으로 작용했다. 금융권 신용평가 기준과 초기 자산 보유 여부가 대출 가능성을 결정하면서 격차가 재생산되는 구조다.

주택 보유 여부는 주거비 부담으로 이어졌다. 주택을 보유한 청년은 월세 부담이 적어 저축 여력이 있었지만 무주택 청년은 전월세 비용으로 소득이 지속적으로 줄었다. 높은 주거비 비중은 자산 축적을 늦추는 요인이 됐다. 이는 결혼과 출산 시기를 늦추고 중산층 진입 경로를 좁히는 요인으로 이어졌다.

◆자산으로 이어진 격차 = 자산 격차는 노동시장 구조와도 맞물렸다. 학력이 높을수록 자산 보유 수준이 높았고 직원을 둔 자영업자는 임금근로자보다 자산 상위층에 속할 가능성이 컸다. 반면 임시·일용직과 장애인 가구는 자산 하위층에 집중됐다. 고용이 불안정할수록 저축 여력이 줄어 자산 형성 속도가 느렸다. 남성이 여성보다 자산 보유 비율이 높았고 혼인 상태와 결합할 때 격차가 더 커졌다. 이는 가구 단위 자산 형성 구조가 성별과 혼인 상태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지역 격차도 자산 격차로 이어졌다. 수도권 거주와 아파트 보유 비율은 자산 수준과 함께 높아졌다. 수도권 주택 가격 상승이 자산 증가로 연결되면서 지역 격차가 개인 자산 격차로 확대됐다. 지방 청년은 주택 가격 상승 효과를 누리기 어려워 자산 축적 속도가 더 느렸다. 주거 지역 선택 가능성 자체가 자산 수준에 영향을 받는 구조도 확인됐다.

월급이 늘어도 자산이 함께 늘지 않는 현상도 나타났다. 저축만으로 주택을 구입하는 경로가 약해졌고 부동산 시장 진입 시점이 자산 수준을 좌우하는 구조가 됐다. 자산 격차가 다시 소득 격차를 키우는 악순환 가능성도 제기됐다.

지난 3일 서울 강남구 한 부동산 중개업소 앞에 급매물 안내문이 붙어 있다. 연합뉴스 이진욱 기자

◆무주택 청년 하위 고착 = 국제 비교에서도 한국의 자산 격차는 큰 편으로 나타났다. 상위 10% 자산 비중은 덴마크와 일본보다 높았고 하위 50% 자산 비중은 더 낮았다. 가계 자산에서 주택 비중이 큰 구조가 불평등을 확대하는 요인으로 분석됐다. 주택 가격 변동이 자산 불평등을 직접적으로 확대하는 구조다.

연구진은 청년기의 자산 형성을 지원하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제시했다. 자산이 적은 청년을 위한 맞춤형 금융 지원과 자산 형성 프로그램, 금융교육 강화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부모 자산 이전에 따른 격차를 완화하기 위해 사회적 상속과 자산에 대한 누진 과세 도입 필요성도 언급했다. 사회적 상속은 일부 상속 재원을 청년 전체에 배분하는 방식이다.

보고서는 “청년기 자산 격차를 방치하면 세대 간 불평등이 고착되고 사회 이동성이 약화될 수 있다”며 “청년의 자산 형성 기회를 확대하는 정책 전환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장세풍 기자 spja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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