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염 속 먼저 투입” 무인소방로봇 현장 배치
소방청·현대차 협력 개발
지하·대형화재 본격 대응
소방청과 현대자동차그룹이 공동 개발한 무인소방로봇이 실제 화재 현장에 본격 투입된다. 고열과 농연으로 소방대원 접근이 어려운 현장에 로봇을 먼저 투입해 안전성을 높이겠다는 취지다.
소방청은 24일 경기 남양주시 중앙119구조본부 수도권119특수구조대에서 현대차그룹과 무인소방로봇 기증식을 열고 로봇 4대를 현장에 배치했다고 밝혔다. 이날 행사에는 김승룡 소방청장 직무대행과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등이 참석했다.
이번에 도입된 무인소방로봇은 밀폐된 지하공간이나 대형 물류창고 등 극한 화재 환경에서 인명 탐색과 초기 진압을 수행하도록 개발됐다. 현대로템의 다목적 무인차량을 기반으로 제작됐으며, 고열에 견디는 특수 타이어와 6륜 독립구동 시스템을 갖췄다. 적외선 센서 기반 시야개선카메라, 열화상 기능, 장애물 탐지 장비 등을 탑재해 농연 속에서도 구조 대상자와 발화 지점을 확인할 수 있다.
소방청과 현대차그룹은 2024년 11월 실무협약을 체결한 뒤 국립소방연구원과 함께 로봇 개발을 진행했다. 지난해 12월 시제품이 전달됐고, 올해 1월 충북 음성 공장 화재 현장에 시범 투입돼 현장 정보 수집과 방수 임무를 수행하며 실전 가능성을 확인했다.
기증된 로봇 4대 가운데 2대는 이미 수도권119특수구조대와 영남119특수구조대에 배치돼 운용되고 있다. 나머지 2대는 3월 초 경기 화성소방서와 충남소방본부에 추가 배치될 예정이다. 소방청은 화재 다발 지역과 대형 산업시설 밀집 지역을 중심으로 현장 실증을 확대할 계획이다.
김승룡 직무대행은 “과거 경험만으로 예측할 수 없는 복합 재난이 늘고 있다”며 “무인소방로봇은 단순 장비가 아니라 재난 대응 패러다임을 바꾸는 새로운 특수대원”이라고 말했다. 이어 “인공지능(AI)과 로봇 기술을 활용해 소방 대응 체계를 혁신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정의선 회장은 “소방관들이 지켜온 안전의 가치를 함께 실현하고자 로봇을 개발했다”며 “위험한 현장에 한발 먼저 투입돼 대원들의 안전을 지키는 든든한 팀원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현장 대원들은 로봇이 실제 구조 활동에서 갖는 의미를 강조했다. 수도권119특수구조대 소속 임팔순 소방경은 “지하 주차장처럼 차량이 밀집된 공간에서 호스를 끌고 진입하기 어렵지만 로봇을 활용하면 위험 구역을 먼저 확인할 수 있다”고 말했다. 경기 화성소방서 소속 김동주 소방장은 “시야 확보가 어려운 고온·유독가스 환경에서 로봇이 먼저 들어가 상황을 파악하면 대원 안전성이 크게 높아진다”고 설명했다.
소방청과 현대차그룹은 그동안 소방관 지원 협력을 이어왔다. 현대차그룹은 2023년 소방관 회복지원차 10대를 기증했고, 2024년에는 전기차 화재 대응 장비인 ‘EV 드릴 랜스’ 250대를 지원했다. 올해 6월 개원 예정인 국립소방병원에도 차량과 의료장비를 지원할 예정이다.
김신일 기자 ddhn21@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