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으로 야생 멧돼지 출몰 지역 예측

2026-02-26 13:00:19 게재

유전자분석 등 활용해 지도 구축

도심에 출몰하는 야생 멧돼지나 너구리의 움직임을 인공지능으로 예측할 수 있게 됐다. 최근 3년간 서울에서만 멧돼지·너구리 출몰 신고가 4000건을 넘은 가운데 사전 예방 관리가 가능해질 전망이다.

기후에너지환경부 소속 국립생물자원관은 인공지능과 유전자 분석 등 첨단 기술을 활용해 야생 멧돼지와 야생 너구리가 출몰하는 지역을 과학적으로 예측한 지도를 구축했다고 26일 밝혔다.

국립생물자원관은 도심지 내 야생동물 출몰로 인한 안전사고와 질병 발생 예방을 위해 2023년부터 무인기·무인 카메라 및 포획·조사 등을 통해 △도심 출몰 멧돼지 △너구리의 휴식·이동 경로 등을 조사해 왔다. 서울시 소방재난본부에 따르면 2022~2024년 서울 도심 출몰 신고 건수는 △멧돼지 1479건 △너구리 2656건 등이다.

국립생물자원관은 인공지능과 유전자 분석 등 첨단 기술을 활용해 야생동물 출몰 지역을 예측하는 지도를 구축했다고 26일 밝혔다. 사진은 2025년 4월 18일 민가에서 버린 음식물 쓰레기를 먹는 멧돼지와 그 옆을 지나가는 시민들. 사진 국립생물자원관 제공

국립생물자원관은 “북한산 일대에서 수집한 무인기 3차원 라이다(LiDAR) 데이터와 도심·산림 경계지 설치 무인 카메라 중 멧돼지가 반복 관찰된 지점 415곳을 인공지능으로 분석했다”며 “그 결과 멧돼지는 남향에 경사가 가파르고 관목이 울창한 지역을 주로 휴식 공간으로 하고 텃밭 및 사찰 주변을 먹이활동 공간으로 선호하는 것이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야생동물이 활동하는 공간을 과학적으로 파악해 관리 대책에 활용하는 방안은 해외에서도 주목받는다. 국제 학술지 ‘어반 에코시스템’의 논문 ‘야생동물과 도시. 도시 자연환경에서 멧돼지 이용 모델링: 실증적 기여 및 방법론적 제안’에 따르면, 도심 야생동물이 활용하는 공간을 과학적으로 파악하는 것이 실효성 있는 관리 대책의 전제 조건이다.

논문의 주요 저자인 프랑스 국립과학연구원(CNRS) 연구팀은 종분포모델(SDM)을 활용해 도심 멧돼지의 서식지 선택 패턴을 분석했다. 연구 결과, 도심 멧돼지는 먹이와 물 등 자원 접근성이 높은 곳을 선호하되 건물이 밀집한 지역은 뚜렷하게 회피하는 경향을 보였다. 흥미로운 점은 서식지 단편화나 소형 도로의 존재가 멧돼지 행동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사실도 확인됐다는 것이다. 프랑스 연구와 달리 국립생물자원관은 인공지능과 3차원 라이다 데이터를 접목한 방식으로 분석했다.

국립생물자원관은 서울·인천 전역의 지리적 분포 및 환경정보를 분석해 너구리의 핵심 서식지와 이동 경로를 파악했다. 이에 따라 인구밀도와 야간 조도 정보를 바탕으로 시민과 너구리가 만날 가능성이 높은 지역 47곳(△서울 36 △인천 11)을 선정했다.

국립생물자원관은 “이들 너구리 주요 출몰 지역은 그간 야생동물 관련 민원이 빈번했던 지역들이 다수 포함됐다”며 “해당 지역들은 하천과 이에 인접한 도시공원 및 녹지 공간이 형성돼 있어 산책이나 여가 활동을 즐기는 시민들이 야생동물과 접촉이 잦은 이유인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국립생물자원관은 이와 같은 자료들을 종합해 서울·인천 도심지 출몰 멧돼지·너구리 정보를 한눈에 파악할 수 있는 지도를 구축했다. 이 지도는 이달 중 서울시와 인천시에 제공돼 △질병 관리 △동물찻길사고(로드킬) 예방 △지역 주도형 피해 저감 대책 수립 등 지역 맞춤형 야생동물 관리에 활용될 예정이다.

유 호 국립생물자원관장은 “이번 연구는 도심 출몰 야생동물에 대한 과학적 분석을 통해 도시민과 야생동물의 안전한 공존 방안을 도출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크다”며 “앞으로도 예방 중심의 도시 야생동물 관리 체계를 지속적으로 강화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김아영 기자 ay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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