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하메네이 아들 용납 못해”

2026-03-06 13:00:08 게재

‘참수작전 반복’ 시사 … 이란 외무장관 “지도자 선출은 내정” 반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세예드 알리 하메네이 사망 이후 진행 중인 권력승계 문제에 공개적으로 개입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동시에 전세계 이란 외교관들에게 망명을 촉구하며 사실상 체제전환을 압박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3월 5일(현지시간) 워싱턴 백악관 이스트룸(East Room)에서 열린 2025년 메이저리그사커(MLS) 챔피언 인터 마이애미 CF(Inter Miami CF) 축하 행사에서 연설을 들으며 미소 짓고 있다. AP = 연합뉴스

트럼프 대통령은 5일(현지시간) 미국 인터넷 매체 악시오스와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 인터뷰에서 이란 최고지도자 후계구도에 대해 미국이 영향력을 행사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베네수엘라에서 델시 로드리게스와 했던 것처럼 (이란에서도) 그 임명 과정에 관여해야 한다”며 미국의 역할을 강조했다. 특히 그는 유력한 후계자로 거론되는 하메네이의 차남 모즈타바 하메네이에 대해 강한 거부감을 나타냈다.

트럼프 대통령은 “하메네이의 아들은 받아들일 수 없다”며 “우리는 이란에 조화와 평화를 가져올 인물을 원한다”고 말했다. 올해 56세인 모즈타바 하메네이는 현재 이란 최고지도자 후계자로 가장 유력하게 거론되는 인물로 이란 혁명수비대(IRGC)와 정보기관 내 영향력이 큰 강경파 인사로 평가된다. 미국 언론에 따르면 이란 최고지도자를 선출하는 헌법기관인 전문가회의는 모즈타바를 후계자로 선출하는 방안을 검토한 것으로 전해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후계자가 강경 노선을 이어갈 경우 군사충돌이 다시 발생할 수 있다는 경고까지 내놨다. 그는 하메네이의 정책을 그대로 계승하는 지도자가 등장할 경우 “미국은 5년 안에 다시 이란과 전쟁을 벌일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달 28일 이란 최고지도자와 군 수뇌부를 제거했던 이른바 ‘참수작전’이 반복될 수 있음을 시사하는 발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쿠르드족의 이란 공격 가능성과 관련 “그들이 그렇게 하려는 건 훌륭한 일이라고 생각한다”며 “전적으로 찬성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란·이라크·튀르키예·시리아 등지에 흩어져 살고 있는 쿠르드족이 관여할 경우 이란 전쟁이 중동 전역으로 번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 행사에서도 이란 정권 전환 가능성을 거론하며 외교관들에게 망명을 촉구했다. 그는 “우리는 전세계 이란 외교관들에게 망명을 신청하고 우리를 도와 엄청난 잠재력을 지닌 이란을 새롭고 더 낫게 만들길 촉구한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 국민뿐 아니라 외교관들에게까지 체제 전환 참여를 요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는 이어 이란 군과 경찰을 향해 무기를 내려놓고 국민 편에 설 것을 촉구하며 “지금이 바로 이란 국민을 위해 일어설 때이며 여러분의 나라를 되찾는 데 도움을 줄 때”라고 말했다.

이란정부는 미국의 후계 구도 개입과 협상 주장에 강하게 반박했다. 아바스 아라그치 이란 외무장관은 이날 NBC 방송 인터뷰에서 “이란 지도자 선출은 전적으로 이란 국민의 일이며 누구도 간섭할 수 없다”고 밝혔다. 또 미국이 협상을 요청받았다는 주장에 대해 “우리는 휴전을 요청한 적도 없고 미국과 협상할 이유도 보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라그치 장관은 미국이 전쟁에서 승리하고 있다는 주장도 부인했다. 그는 “전쟁이 엿새째 이어지고 있지만 미국은 신속하고 명백한 승리를 달성하지 못했다”며 “그들은 목표 달성에 실패했고 이제 공격을 정당화하려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 “군 지휘 체계는 이미 재편됐고 최고지도자도 헌법 절차에 따라 곧 선출될 것”이라며 “모든 시스템은 정상적으로 작동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정재철 기자 jcju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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