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테크의 중동 AI 인프라, 전쟁 앞에 흔들
AWS 시설 직격탄 맞았다 “데이터센터도 타격 목표”
중동 지역에 값싸고 풍부한 에너지와 부지, 현지 정부의 지원을 보고 최근 수년간 기술 기업들은 이 지역 인공지능(AI) 인프라 사업에 수십억 달러를 쏟아부어 왔다. 그러나 이란 전쟁이 중동 인근 국가들로 번지면서, 특히 분쟁이 장기화할 경우 이 지역 데이터센터와 디지털 인프라 확장 계획의 앞날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고 11일(현지시간) CNBC가 전문가들을 인용해 분석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2029년까지 UAE에 150억달러를 투자하겠다고 밝혔고, 오라클·엔비디아·시스코는 UAE 스타게이트 AI 캠퍼스에 참여 중이다. 사우디 기업 휴메인도 AI 인프라 확장에 수십억 달러를 쏟고 있다.
각국 정부가 해외 투자 유치에 적극 나서고 중국과 거리를 두려는 움직임을 본격화하면서 미국 빅테크의 자금이 대거 몰린 결과다. 중동은 AI 붐을 떠받칠 인프라의 핵심 거점으로 빠르게 자리를 굳혀가는 듯 보였다.
그러나 이란의 보복 공격으로 UAE·바레인의 AWS(아마존 웹서비스) 시설이 직격탄을 맞으면서 은행·결제·기업·소비자 서비스에 연쇄 장애가 발생했다. 국제전략문제연구소(CSIS)의 올록 메타는 “이는 데이터센터가 현대 무력 분쟁에서 정당한 공격 목표로 간주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며 “기업들이 데이터센터 보안을 바라보는 방식을 크게 바꿔놓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기업들이 공격에 덜 취약한 지역으로 이전하거나, 미사일 방어·대드론 기술로 시설을 강화하는 방향을 검토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전문가들은 기존 시설의 이전 가능성은 낮다고 본다. 전력·토지·광케이블 계약까지 완료된 상황에서 섣불리 움직이기 어렵기 때문이다. 미국 금융정보업체 모닝스타의 탕크레드 퓔롭은 “시설을 이전하거나 폐쇄하면 서비스 수준 협약 위반과 평판 훼손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신규 투자의 향방은 달라질 수 있다. 힐코글로벌의 패트릭 머피는 “걸프 지역의 지정학적 위험이 계속 높아지면 전력 공급과 안보 여건이 더 예측 가능한 북유럽·인도·동남아 같은 지역으로 투자가 이동할 수 있다”고 말했다.
중동에서 리야드·아부다비 데이터센터를 운영 중인 퓨어데이터센터그룹의 게리 보이타세크 CEO도 “지난주까지만 해도 정말 대단한 곳이라 생각했지만, 지금은 속도를 늦춰야 할지 모르겠다는 분위기”라고 밝혔다. 미국 외교·안보 싱크탱크 애틀랜틱카운슬의 테스 드블랑크-놀스는 기업들이 완전한 철수보다는 신규 자본 집행을 늦추거나 파트너십을 중단하는 방식으로 위험을 분산하려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분쟁이 장기화할 경우엔 대체 지역 허브를 본격 검토하는 단계로 넘어갈 수 있다고도 덧붙였다.
다만 중동이 여전히 매력적인 투자처라는 점은 변하지 않는다. 올록 메타는 “UAE는 AI 인프라 확충을 자국 미래의 핵심으로 보고 있으며, 중동 각국 정부도 미국 기업들을 붙잡기 위해 속도를 낼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결국 적대 행위는 진정될 것이라고 본다”며 “앞으로도 그 지역에서 개발 사업에 더 큰 관심이 이어질 것”이라고 했다. 관건은 분쟁의 지속 기간이다. 기업들은 전쟁이 얼마나 길어질지, 추가 방호 비용이 얼마나 들지, 현실적인 대체 부지가 있는지를 저울질하기 시작했다.
이주영 기자 123@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