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팔 총선 ‘Z세대 혁명’ 신생 정당 RSP 압승

2026-03-13 13:00:03 게재

275석 중 182석 확보

래퍼 출신 발렌 차기 총리 눈앞

네팔 총선에서 신생 정당 라스트리야 스와탄트라당(RSP)이 압도적 승리를 거두면서 네팔 정치가 역사적인 권력 재편을 맞았다. 그러나 동시에 의회 내 야당이 극도로 약해지면서 민주주의 견제 기능이 약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11일 인도 일간 힌두와 로이터·AFP 통신 등에 따르면 RSP는 지난 5일 실시된 총선에서 전체 하원 275석 가운데 182석을 확보하며 압승을 거뒀다. 이는 3분의 2 의석에 단 2석 모자란 수준으로 네팔 현대 정치에서 보기 드문 압승이다.

RSP 대표이자 총리 후보인 발렌드라 샤(36) 전 카트만두 시장은 이번 선거 승리로 차기 총리 취임이 확실시된다.

반면 1990년 민주화 이후 네팔 정치를 양분해 온 기존 정당들은 사실상 붕괴 수준의 패배를 겪었다.

중도 성향의 네팔 국민회의당(NC)은 38석, 좌파 정당인 네팔 공산당-통일마르크스레닌주의(UML)는 25석에 그쳤다.

이 밖에 네팔 공산당 17석, 슈람 샤크티당 7석, 라스트리야 프라자탄트라당 5석, 무소속 1명 등 소수 정당들이 의회를 구성하게 된다.

이 같은 결과로 네팔 의회는 최근 역사상 가장 약한 야당 구조를 갖게 될 가능성이 높다는 평가가 나온다.

네팔 정치에서 이처럼 압도적인 의석 구조는 매우 이례적이다. 네팔은 1990년 민주주의 체제 복원 이후 대부분의 정부가 연립정부 형태였고 정치 불안정이 반복돼 왔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지난 30여 년 동안 네팔은 20명 이상 총리가 교체됐고 평균 재임 기간이 1년에도 못 미쳤다.

이번 선거를 통해 상황이 완전히 뒤바뀌었다. 유권자들이 정치 불안정을 끝낼 강력한 단일 정부를 선택하면서 RSP가 의회 권력을 사실상 독점하게 된 것이다.

정치 평론가 찬드라키쇼르는 힌두와 인터뷰에서 “의회 심의와 견제는 민주주의의 핵심 요소”라며 “야당이 약해지면 정부가 자의적인 결정을 내릴 가능성이 커지고 민주주의 규범이 시험대에 오를 수 있다”고 말했다.

이번 선거는 2025년 9월 Z세대 시위 이후 처음 치러진 전국 선거였다. 당시 네팔에서는 부패와 족벌주의 정치, 소셜미디어 규제, 시위대 사망 사건 등에 대한 분노가 폭발하며 전국적인 반정부 시위가 발생했고, 이 과정에서 77명이 사망했다. 특히 9월 8일 경찰 발포로 19명이 숨진 사건이 정치적 분수령이 됐다. 결국 정부가 붕괴되고 임시정부가 구성되면서 조기 총선이 실시됐다.

젊은 세대는 기존 정당으로는 개혁이 불가능하다는 인식 속에서 대거 RSP로 결집했다. RSP의 승리는 네팔 정치의 세대 교체 상징으로 평가된다. 당 대표 발렌드라 샤는 래퍼 출신 정치인으로 SNS를 기반으로 젊은 유권자와 직접 소통하며 정치적 영향력을 키워 왔다.

네팔 정치의 향방은 압도적 권력을 쥔 RSP가 이를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달려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개혁을 향한 국민의 기대는 높지만, 동시에 권력 집중이 민주주의 제도를 훼손할 가능성도 존재하기 때문이다.

정재철 기자 jcju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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