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은 왜 무너지지 않나…초조한 미국
단기전 계산 어긋난 트럼프 세습 논란 덮는 전시 정당성
미국과 이스라엘의 연쇄 공습에도 이란 정권이 버티는 이유는 무엇인가. 이란계 미국인 학자 발리 나스르 존스홉킨스대 국제대학원(SAIS) 교수는 13일(현지시간) 블룸버그 인터뷰에서 그 답을 이렇게 요약했다.
“이란은 이번 전쟁을 군사 충돌이 아니라, 미국의 전략적 의지를 시험하는 장기전으로 보고 있다.”
1979년 이란 혁명 당시 가족과 함께 망명길에 오른 나스르 교수는 미 국무부 자문을 지낸 대표적 이란 전문가다.
나스르 교수는 트럼프 행정부가 기대했던 ‘단기 승리’ 시나리오가 이미 어긋났다고 진단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 최고지도부를 제거하면 새 지도부가 협상에 나올 것으로 계산했지만, 전쟁은 길어졌고 미군 자산의 부담과 에너지 시장 충격까지 겹쳤다. 그는 “전쟁은 이미 트럼프의 통제를 벗어난 측면이 있다”고 했다. 이란이 바로 이 점을 노리고 있다는 것이다.
“미국과 이스라엘은 단거리 질주는 빨라도 장거리 주자는 아니다”라는 계산 아래, 버티다 보면 미국이 결국 태도를 바꿀 것이라고 이란은 보고 있다.
목표는 단순히 공습을 견뎌내는 것이 아니다. 미국과 이스라엘이 이란을 손쉽게 공격할 수 있다는 발상 자체를 포기하게 만드는 것, 즉 이번을 “마지막 전쟁”으로 만드는 것이다. 나아가 미국의 중동 군사기지가 오히려 지역을 위험에 빠뜨린다는 인식을 걸프 국가들에 심어, 미국의 중동 전략 전체를 흔드는 데까지 목표를 두고 있다는 게 그의 분석이다.
외부의 공격은 이란 내부도 바꾸고 있다. 혁명 1세대가 제거되면서 시리아·이라크 전장에서 잔뼈가 굵은 젊은 혁명수비대 세대가 부상했고, 모즈타바 하메네이는 그 흐름의 산물이다. 부자 세습 논란이 있지만, 그의 정당성은 종교적 학식이 아닌 전쟁 속 고통과 희생이라는 상징적 자산에서 나오고 있다. 전시 상황은 오히려 이 약점을 덮는 조건이 되고 있다는 것이 나스르 교수의 시각이다.
나스르 교수가 가장 주목하는 변화는 내부 정치지형의 이동이다. 반정부 정서는 여전히 강하지만, 사회의 균열선이 “정권 찬반”에서 “전쟁 찬반”으로 옮겨가고 있다.
학교 여학생들의 사망, 문화유산 파괴, 이스파한 폭격 같은 장면은 미국과 이스라엘을 해방자가 아니라 이란 자체를 파괴하려는 세력으로 각인시킨다. 이란 신정 체제에 대한 불만과는 별개로, 국가와 영토를 지켜야 한다는 정서가 그 자리를 채우고 있는 것이다.
제2차 세계대전, 1953년 쿠데타, 1980년 이라크의 침공까지 외세 개입이 반복되면서 외세 개입은 “스스로 싸워 살아남아야 한다”는 정체성을 새겼고, 미사일·드론 자체 생산과 헤즈볼라 지원도 그 연장선의 비대칭 방어전략이다.
나스르 교수는 트럼프의 핵합의 파기가 이란을 더 강경하고 폐쇄적인 방향으로 몰았으며, 새 지도부가 은밀한 핵무장 노선이 더 안전했을 수 있다는 인식을 키울 수 있다고 경고했다.
영토 분열 가능성도 그는 완전히 배제하지 않았다. 그 공포가 지금 이란 내부를 하나로 묶고 있다. 외부의 압박이 강해질수록 이란이 오히려 더 단단해지는 이 역설적 구조야말로, 지금 이 전쟁이 미국에게 던지는 가장 불편한 질문이다.
이주영 기자 123@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