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외무장관 “휴전 요구한 적 없다”
미국과 협상 가능성 일축
“필요한 만큼 싸울 것”
미국과 이스라엘의 군사공격으로 촉발된 이란 전쟁이 장기화 조짐을 보이는 가운데 이란 정부가 휴전이나 협상을 요청한 적이 없다고 공식 부인했다.
이란 외무장관 아바스 아라그치는 15일(현지시간) 미국 CBS 방송 프로그램 ‘페이스 더 네이션’ 인터뷰에서 “우리는 휴전을 요구한 적도, 협상을 요청한 적도 없다”며 “필요한 만큼 스스로를 방어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아라그치는 이번 전쟁의 책임을 미국에 돌리며 “이것은 트럼프 대통령과 미국이 선택한 전쟁”이라며 “트럼프 대통령이 이 전쟁이 승리할 수 없는 불법 전쟁이라는 점을 인정할 때까지 우리는 자위권을 행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미국과의 협상 가능성에 대해서도 강한 불신을 드러냈다. 아라그치는 “우리는 이미 미국과 대화를 진행하고 있었는데도 공격을 받았다”며 “그런 상황에서 다시 미국과 대화를 해야 할 이유를 찾기 어렵다”고 말했다. 진행자인 마거릿 브레넌이 “정부의 생존이 걸린 전쟁이라면 협상 시도가 필요하지 않느냐”고 묻자 그는 “이란은 안정적이고 충분히 강하다”며 “생존을 위한 전쟁이 아니라 단지 침략에 대응하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최근 이란이 걸프 지역의 미국 동맹국을 향해 드론과 미사일을 발사했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민간 공격을 전면 부인했다. 아라그치는 “우리는 미국 자산과 미군 기지만을 목표로 하고 있다”며 “이 국가들이 자국 영토를 미군이 이란 공격에 사용하도록 허용했기 때문에 대응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미군이 아랍에미리트(UAE) 영토를 이용해 하이마스(HIMARS) 로켓으로 이란 섬을 공격했다고 주장하며 쿠웨이트에서 출격한 전투기들이 아군 오인 사격으로 격추된 사례도 언급했다.
세계 원유 수송의 핵심 통로인 호르무즈 해협 문제에 대해서는 완전 봉쇄는 아니라고 주장하면서도 통제권을 강조했다. 아라그치는 “우리는 해협을 폐쇄하지 않았다”며 “선박의 안전한 통항을 위해 우리와 대화를 원하는 국가라면 언제든 환영한다”고 말했다. 그는 프랑스와 이탈리아 등 유럽 국가들이 자국 선박의 안전을 위해 협의를 요청하고 있다는 보도에 대해 “특정 국가를 언급할 수는 없지만 여러 국가에서 요청이 있었다”고 확인했다. 다만 선박 통행 여부는 “우리 군의 결정 사항”이라고 덧붙였다.
인터뷰에서는 이란의 고농축 우라늄 문제도 거론됐다. 브레넌 진행자가 “이란이 약 440kg의 농축 핵물질을 보유하고 있는데 현재 어디에 있느냐”고 묻자 아라그치는 “핵시설이 공격을 받아 모든 것이 잔해 아래 묻혀 있다”고 답했다. 그는 “필요하다면 관련 기관 감독 아래 수습할 수 있지만 현재로서는 그럴 계획이 없다”고 말했다.
아라그치는 또 미국의 공습이 시작되기 직전 협상 과정에서 이란이 핵 프로그램과 관련한 양보안을 제시했었다고 주장했다.
그는 “우리는 60% 농축 우라늄을 희석해 저농축 물질로 만들 준비가 되어 있다고 제안했다”며 “이란이 핵무기를 원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한 큰 제안이었다”고 설명했다. 다만 “현재는 어떤 협상도 진행되고 있지 않으며, 향후 협상이 재개될 경우 어떤 제안을 할지 그때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재철 기자 jcjung@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