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이스라엘 ‘에너지 타격 전면전’
공습당한 이란 카타르 LNG 허브 직격 … 이란 대통령 “통제 불능 결과 초래”
18일(현지시간) 외신보도와 각국 발표에 따르면 이란은 카타르 북부 라스라판 산업단지 내 가스 시설을 미사일로 공격해 대규모 화재와 함께 광범위한 피해를 입혔다. 카타르 내무부는 “국가 핵심 가스 시설에서 화재가 발생했다”며 “소방 당국이 진압 작업을 벌이고 있다”고 밝혔다. 국영 기업 카타르에너지는 “시설 전반에 걸쳐 상당한 손상이 확인됐다”고 발표했다.
라스라판은 단순 산업시설이 아니라 세계 LNG 공급망의 핵심 축이다. 이곳은 액화천연가스 생산·저장·수출 기능이 집적된 초대형 에너지 허브로 글로벌 LNG 공급량의 약 20%가 이곳을 통해 출하된다. 특히 한국 일본 중국 등 아시아 주요 국가들이 카타르 LNG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번 공격의 파장이 심상찮은 상황이다.
카타르는 즉각 외교적 대응에 나섰다. 외무부는 이번 공격을 “잔혹한 공격이자 국가 안보에 대한 직접적인 위협”으로 규정했다. 또 이란 군사·안보 담당 외교관 및 관련 인력에 대해 24시간 내 출국을 명령했다.
중동 국가 간 외교적 단절 조치가 실제로 실행된 것은 이번 사태가 군사 충돌을 넘어 국가 간 관계 단절 수준으로 비화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번 보복 공격은 앞서 미국과 이스라엘이 이란 에너지 인프라를 직접 타격한 데 따른 것이다. 이스라엘은 미국과의 조율 하에 이란 최대 가스전인 사우스파르스와 남부 아살루예 정제시설을 공습했다. 사우스파르스는 세계 최대 규모 가스전으로 이란 가스 생산의 핵심이자 국가 경제의 근간을 이루는 시설이다.
이 공격으로 사우스파르스 일부 광구와 정제시설에서 화재가 발생하고 가동이 중단됐으며 가스 공급도 즉각 영향을 받았다. 이란산 가스를 공급받던 이라크는 공급 중단을 공식 확인했고 이란은 일부 물량을 국내 소비로 전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란은 곧바로 ‘보복의 범위’를 에너지 분야로 확대했다. 마수드 페제시키안 대통령은 “에너지 시설 공격은 통제 불가능한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며 “그 파장은 전 세계를 휩쓸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슬람혁명수비대(IRGC)는 한층 더 강경한 메시지를 내놓았다. IRGC는 성명을 통해 “이란의 에너지 인프라가 다시 공격받을 경우 걸프 지역 전체 에너지 시설을 완전히 파괴할 것”이라며 “보복은 이미 시작됐고 앞으로 훨씬 더 강력해질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IRGC는 사우디아라비아의 라스 타누라 정유소와 주바일 석유화학 단지, 아랍에미리트(UAE)의 루와이스 정유시설과 푸자이라 산업단지, 카타르 라스라판 등 구체적인 공격 목표까지 공개하며 사실상 ‘에너지 전면전’을 선언했다. 군사시설이 아닌 민간 경제 기반시설을 주요 표적으로 삼겠다는 점에서 전쟁 양상의 질적 변화를 의미한다.
시장은 즉각 반응하고 있다. 사우스파르스 공습 직후 브렌트유 가격은 5%, 유럽 천연가스 가격은 6% 급등했다. 더구나 에너지 시장은 공급 자체보다 ‘공급 불안’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는 특성이 있다. 실제 생산 차질이 제한적이더라도 가격 변동성은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를 1970년대 오일쇼크 이후 가장 위험한 에너지 위기 초기 단계로 평가한다. 특히 LNG 시장은 원유보다 공급망이 더 경직돼 있어 특정 허브의 차질이 곧바로 글로벌 가격 상승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도 나온다.
정재철 기자 jcjung@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