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호르무즈 안보 이해당사자 책임론’ 거론

2026-03-19 13:00:01 게재

“이용국 책임지게 하면 움직일 것”

유럽은 ‘우리 전쟁 아니다’ 선긋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전 이후 호르무즈 해협 안보를 이 해협을 통해 원유와 가스를 실어 나르는 국가들이 직접 책임져야 한다는 구상을 공개 거론하며 동맹국 압박 수위를 끌어올렸다. 한국·일본·중국과 유럽 일부 국가는 호르무즈 해협을 지나는 에너지 수송로에 크게 기대고 있으면서도 “정작 더 절박한 나라들이 몸을 사리고 있다”는 불만을 노골화한 셈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18일(현지시간) 자신이 운영하는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우리가 테러국가 이란의 잔재를 제거하고 나서 이른바 그 해협의 책임을 이용 국가들이 지게 하면 어떤 일이 일어날지 궁금하다”며 “그러면 우리의 반응 없는 동맹 중 일부가 서둘러 움직이기 시작할 것”이라고 적었다.

이번 발언은 단순한 불만 표출을 넘어 호르무즈 해협 상선 호위 작전에 군함 파견 등 방식으로 동참하라는 요구를 거부하거나 유보한 동맹국들을 향한 공개 압박으로 읽힌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나토 회원국들이 대이란 군사작전에 관여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며 “매우 어리석은 실수”라고 비판했다. 또 18일에는 미국 매체 뉴욕포스트의 ‘동맹은 정신 차리고 호르무즈 해협 개방을 도와야 한다’는 취지의 사설을 자신의 계정에 공유했다.

이 같은 인식 저변에는 “미국이 덜 필요한 항로를 지키느라 과도한 부담을 떠안고 있다”는 이른바 동맹 무임승차론이 깔려 있다. 호르무즈 해협은 세계 원유 해상 수송의 핵심 통로지만 현재 미국은 셰일 혁명 이후 중동산 원유 의존도가 과거보다 크게 낮아진 상태다. 반면 아시아 주요 수입국과 유럽 일부 국가는 여전히 수로의 안정에 민감하다.

미국은 오랫동안 중동 해역에 해군 전력을 배치해 해협과 인근 항로의 안전을 관리해왔고 이번 전쟁 국면에서도 해상 통행 안전 확보가 미군의 핵심 과제로 남아 있다.

하지만 트럼프의 압박이 곧바로 동맹의 호응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커 보이지 않는다. 로이터에 따르면 독일, 프랑스, 영국, 스페인 등 유럽 주요국은 이번 전쟁을 “우리의 전쟁이 아니다”라는 기조 아래 대이란 군사행동과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고 있다.

일본도 마찬가지다. 중동산 에너지 의존도가 높아 호르무즈 해협 봉쇄의 직접적 타격을 받는 대표적 국가지만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는 현재로선 해상 자위대의 호위 임무를 계획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향후 미일정상회담에서 호르무즈 문제가 핵심 현안으로 부상할 전망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일본의 결정을 다른 동맹국 압박의 시금석으로 삼으려 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정재철 기자 jcju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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