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비축유, 이란 전쟁 첫 시험대 올랐다
미국 5배, 20억배럴 추산 ‘언제 풀까’… 신중론 우세
시진핑 집권 3기 들어 중국이 공들여 쌓아 올린 전략 비축유가 이란 전쟁이라는 첫 시험 앞에 섰다. 중국은 단기 공급 충격을 버틸 여력은 갖췄지만, 정작 비축유를 풀 열쇠는 유가가 아니라 ‘실제 공급 차질’이 쥐고 있다고 분석한다.
파이낸셜타임스(FT)의 13일(현지시간) 보도에 따르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2022년 3연임이 확정된 뒤 고위 간부들에게 “거센 파도”와 “최악의 시나리오”에 대비하라고 주문했다. 이후 중국은 막대한 재정을 투입해 석유를 비롯한 주요 자원의 비축을 공격적으로 확대해 왔다고 전했다. 그 결과 중국의 원유 비축량은 기관마다 추정치가 엇갈리지만, 공식 전략비축유와 상업용 재고를 합쳐 최소 11억배럴에서 많게는 20억배럴 이상으로 추산된다.
FT는 IEA 등의 자료를 분석해 15억배럴 이상으로 추정했고, 리서치업체 가베칼은 20억배럴을 웃돈다고 봤다. 세계 2위 비축국인 미국(4억1500만배럴)의 다섯 배에 달하는 규모라고 추정했다.
번스타인리서치는 14억배럴만 해도 수입 기준 112일치를 충당할 수 있다고 분석했으며, 중국 국영 석유기업 관계자도 FT에 현재 비축량이 IEA 권고 기준인 수입 90일분을 넘어선다고 밝혔다.
중국 재정부는 2026년 자원 비축 예산으로 1106억8000만위안, 약 160억달러를 책정했다. 지난해보다 8.1% 늘어난 규모다. 2025년에도 관련 예산을 6.1% 증액했다. FT는 이런 흐름이 국가 안보와 공급망 충격에 대비하라는 시진핑의 지시를 반영한다고 짚었다.
실제로 중국 지도부는 식량과 에너지 안보를 단순한 구호가 아니라 위기 대응의 핵심 축으로 보고 있으며, 국유기업들을 앞세워 비축 확대와 저장 비용 분담 체계를 운용해 온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국가발전개혁위원회 지휘 아래 국유기업들이 상당수 비축분을 보유하는 구조여서, 전체 규모와 운용 방식은 더 불투명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문제는 비축유를 실제로 언제 푸느냐다. 전문가들 해석이 엇갈린다. 공급 차질이 발생할 때만 전략 비축분을 쓸것이라는 견해가 있는 반면, 유가 급등과 전쟁 장기화도 방출 판단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다만 시장에서는 중국이 단순한 가격 통제만을 위해 전략 비축유를 대규모로 방출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보고 있다. 중국의 석유·가스 업계에서는 시노펙, CNPC, CNOOC 등 국영 에너지 기업들이 공동 대응에 나설 가능성도 거론된다.
이번 전쟁은 중국의 중동 의존도도 다시 드러냈다. 중국 원유 수입의 약 3분의 1, 가스 수입의 25%가 호르무즈 해협을 지난다. 유황과 메탄올 같은 핵심 화학 원료도 중동 의존도가 높다. 특히 유황은 비료와 리튬 배터리, 반도체 생산에 필요한 물질이고, 메탄올은 플라스틱과 의약품, 페인트 등 광범위한 산업의 기초 원료다.
다만 FT는 중국이 대규모 비축과 재생에너지 확대, 운송 부문 전동화에 힘입어 다른 주요국보다 상대적으로 충격 흡수력이 크다고 평가했다.
그럼에도 분쟁이 장기화할 경우 중국이 러시아, 이란, 중앙아시아와의 육상 공급망 확보에 더 적극적으로 나설 수 있다고 FT는 전했다. 중동 해상 수송로가 장기간 막히면 결국 비축만으로는 한계가 불가피해, 중국도 대체 공급선 확보 경쟁에 본격적으로 뛰어들 수밖에 없다는 전망이 나온다.
이주영 기자 123@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