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절 이동에 기름이 없다”…전쟁이 흔든 인도네시아
수입 의존 구조로 취약
보조금 딜레마 확산
이란 전쟁 여파가 확산되면서 에너지 수입 의존도가 높은 아시아 국가들이 직격탄을 맞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 19일(현지시간) 보도에 따르면 인도네시아는 대규모 명절 이동과 맞물려 연료 부족 우려가 커지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도 같은 날 유럽과 아시아 전반에서 재정 부담과 물가 압력이 동시에 확대되고 있다고 전했다.
인도네시아에서는 라마단 종료 후 명절을 맞아 약 1억4000만명이 이동에 나선다. 이 과정에서 연료 수요가 급증하며 공급 불안이 현실화하고 있다.
문제는 구조적 취약성이다. 인도네시아는 하루 약 150만배럴의 석유를 소비하지만 절반을 수입에 의존한다. 원유 수입의 약4분의 1은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한다. 해협 봉쇄 여파가 곧바로 공급 차질로 이어지는 구조다.
정부는 “연료, LPG, 전력 공급은 모두 통제되고 있다”고 밝혔지만 우려는 여전하다. 인도네시아 여행업협회 부디잔토 아르디안샤 사무총장은 “명절 이후에는 연료가 부족해질 수 있다”며 “연료 소비가 두 배에서 세 배까지 증가할 수 있다”고 말했다.
경제 여건도 악화되고 있다. 소비 둔화와 제조업 약화 속에 유가 상승까지 겹치며 재정 부담이 커지고 있다. 보조금을 유지하면 재정이 악화되고, 줄이면 소비 위축과 사회 불안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이 같은 압박은 아시아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다. NYT에 따르면 각국 정부는 에너지 가격 급등에 대응해 재정을 투입할지, 재정 건전성을 지킬지를 두고 선택을 강요받고 있다.
특히 아시아는 더 취약하다. 호르무즈 해협을 지나는 원유와 액화천연가스(LNG)의 약 80%가 아시아로 향한다. 일부 국가는 연료 배급과 수요 억제 정책까지 검토 중이다.
시장에서도 이상 신호가 나타나고 있다. FT에 따르면 중동산 원유 부족으로 특정 지역 가격이 급등하며 오만산 원유는 배럴당 150달러를 넘었다. JP모건은 “실제 공급 부족은 이미 아시아에서 먼저 나타나고 있다”고 분석했다.
전쟁이 길어질수록 상황은 악화될 가능성이 크다. 에너지 가격 상승은 재정 지출 확대와 부채 증가로 이어지고, 물가 상승은 소비와 성장을 동시에 압박한다. 아시아개발은행의 앨버트 박 수석이코노미스트는 “경제 성장에 점점 더 큰 영향이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다.
인도네시아에서 시작된 연료 불안은 아시아 전체의 구조적 취약성을 드러내고 있다.
양현승 기자 hsyang@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