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2기 북미 관여 재개 불투명…전문가 ‘스몰딜이라도 노딜보단 낫다’

2026-03-20 17:16:33 게재

북 핵억지력 강화로 협상 거부

미중 협력 한계로 북핵 후순위

아시아소사이어티 정책연구소(ASPI)가 19일 워싱턴 D.C.에서 ‘혼란 속에 방치되는가? 격변하는 인도태평양 환경 속 미국-북한 관여의 전망’을 주제로 대북정책 포럼을 개최했다. 포럼에 참석한 한미 전문가들은 트럼프 2기행정부의 북미 관여 재개 가능성이 불투명하다고 평가했다. 북한이 핵보유국 지위 인정을 전제 조건으로 내세우는 가운데 비핵화 중심의 기존 접근법이 한계에 이르렀다는 진단이 잇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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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소사이어티 정책연구소(ASPI)가 19일 워싱턴 D.C.에서 ‘혼란 속에 방치되는가? 격변하는 인도태평양 환경 속 미국-북한 관여의 전망’을 주제로 대북정책 포럼을 개최했다. 사진 ASPI 제공

포럼은 정경두 전 국방부 장관과 커트 통 아시아그룹 매니징파트너의 특별 대담, 한미 전문가 패널 토론으로 구성됐다. 엠마 챈들릿 에이버리 아시아소사이어티 정책연구소 정치안보담당 국장이 대담 사회를 맡았다. 개회사는 웬디 커틀러 아시아소사이어티 정책연구소 수석부소장이 했다.

◆“북한, 국제사회에 택일 강요” = 커틀러 수석부소장은 개회사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1기 행정부 당시 김정은과 싱가포르 및 하노이에서 두 차례 정상회담을 가진 바 있으며 2기에도 다시 만나고자 하는 의지를 보였으나 실제 정상회담은 성사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그는 “향후 트럼프 대통령이 대북 관여를 재개할 경우 그가 마주할 북한은 과거보다 더 오래 버텨왔고 군사적으로도 훨씬 더 자신감을 가진 북한일 것”이라고 평가했다.

통 매니징파트너는 “북한은 국제사회에 사실상 선택을 강요하는 구조를 제시하고 있다”며 핵보유국으로 인정하고 이를 전제로 제한적 협력과 대화를 하든지, 그렇지 않으면 아무것도 하지 않겠다는 것이 북한의 대외 전략을 규정하는 핵심 전제라고 설명했다.

그는 북한이 이러한 태도를 유지할 수 있는 배경으로 세 가지를 제시했다. 첫째 핵무기 기반 억지력 구축에서 상당한 진전을 이루었다는 점이다. 통 매니징파트너는 이것이 북한을 이란과 구별 짓는 가장 중요한 요소라고 평가했다. “이란은 핵무기 보유 단계에 이르지 못한 상태에서 외부의 군사적 압박에 직면해 있으나 북한은 이미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다”는 것이다. 북한이 이란이 핵무기를 가지려 하기 때문에 폭격을 당하는 반면 자신들은 이미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어 그러한 공격을 받지 않는 현실을 목도하고 있는 만큼 핵무기를 자발적으로 포기할 유인은 더욱 낮아졌다고 분석했다.

둘째 미중 관계의 구조적 한계다. 통 매니징파트너는 트럼프 대통령이 미중 관계를 안정화하려 했음에도 불구하고 양국 사이에는 국제 현안 전반에서 실질적 협력과 조율이 부족하다고 평가했다. 미중 정상회담이 열리더라도 대만 무역 이란 등의 이슈가 북한 문제보다 우선적으로 다뤄질 가능성이 높은 것도 이 때문이라고 봤다. 셋째 북한과 러시아 간 관계가 우크라이나 전쟁을 계기로 단순한 외교적 관계를 넘어 물질적 지원 수준까지 강화됐다는 점이다. 이로 인해 북한은 중국·러시아와 연계된 전략적 공간을 확보하고 외부 압박을 상당 부분 줄일 수 있게 됐다고 진단했다.

트럼프행정부의 국가안보전략(NSS)과 국가방위전략(NDS)에서 북한 비핵화가 목표로 포함되지 않은 데 대해 통 매니징파트너는 “해당 문서를 작성한 참모들이 북한 문제를 주요 우선순위로 보고 있지 않으며 대통령에게 새로운 대북 정상외교를 적극 제안할 상태도 아니라는 점을 시사한다”고 해석했다. 다만 대통령 본인이 상황 변화 속에서 가치가 있다고 판단할 경우 추가적 시도 가능성 자체가 완전히 차단된 것은 아니라고 덧붙였다. 또한 북한이 싱가포르 및 하노이 회담을 통해 관계 정상화와 경제적 이익을 기대하였으나 기대한 성과를 얻지 못한 경험이 있어 같은 시도를 다시 반복할 유인은 크지 않다고 판단했다.

통 매니징파트너는 한일 관계에 대해서도 “현재 서울과 도쿄가 상당히 우호적이고 안정적인 관계를 구축하고 있다는 점이 동북아 전체에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총리 교체와 정권교체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흐름이 유지되고 있다는 것은 양국 모두가 협력의 필요성을 강하게 인식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정경두 전 장관 “단계적 긴장 완화 선행돼야” = 정경두 전 장관은 북한이 그간 다양한 대외 행보를 통해 변화의 가능성이 제기된 바 있으나 비핵화 요구만을 수용하는 구조 속에서 실질적 이익을 확보하지 못한 측면이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북한 문제는 정책 우선순위에서 후순위로 밀릴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미중 정상회담 일정 지연이 발생하고 있는 상황에서도 트럼프 대통령 입장에서 중국과의 전략적 경쟁이 핵심 과제로 부상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남북 관계에 대해서는 단기간 내 근본적 변화는 제한적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과거 판문점 회동 및 9.19 군사합의 이행 경험을 고려할 때 군사적 긴장이 높은 상황에서 평화체제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우발적 충돌 방지 및 신뢰 구축 조치가 선행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그는 “단계적이고 지속적인 긴장 완화 조치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북미 정상회담이 기대만큼의 성과를 도출하지 못하고 협상이 교착 상태에 빠지면서 오히려 긴장 수준이 재차 상승하는 결과를 초래한 전례도 언급했다.

한일 관계와 관련해 정 전 장관은 최근 과거사 문제와 미래 협력을 분리하여 접근하려는 기조가 강화되면서 양국 관계가 개선되는 추세라는 점에 동의하며 “향후 관계가 추가로 개선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다만 국가 정책은 국익에 기반해 추진돼야 한다는 점에서 균형적 접근이 필요하다는 점도 덧붙였다.

◆한미 전문가 “스몰딜도 노딜보단 낫다” = 민정훈 국립외교원 교수는 “기존의 비핵화 중심 접근은 더 이상 실효성이 떨어진다”며 북한이 핵·미사일 능력을 이미 크게 발전시킨 현실에서 스몰딜이나 군비통제 성격의 부분 합의라도 노딜보다 낫다는 입장을 제시했다. 민 교수는 2019년 하노이 회담 실패의 교훈으로 향후에는 한국이 협상을 전면 주도하기보다 트럼프 대통령에게 중심적 역할을 맡기고 한국은 보조적 역할을 수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설명했다. 북미 대화 재개가 남북관계 회복을 위한 시간을 벌어 줄 수 있으며 한국이 완전히 배제될 것이라는 우려는 과도하다는 시각도 피력했다.

민 교수는 북미 양자 정상회담을 중심에 두고 한국과 중국이 각각 미국과 북한을 보조하는 ‘페이스메이커’ 역할을 수행하는 구조를 제안했다. 이는 전형적인 다자회담이 아니라 양자협상의 주변 지원 체제라는 점을 강조했다. 중국에 대해서는 완전한 해결자는 아니더라도 북미 관계와 남북관계 개선을 위한 보조적 전달자 역할을 일부 수행할 수 있다고 봤다. 다만 중국이 김정은에게 핵 포기를 강요할 수 있을 정도의 영향력을 지니고 있다고는 보지 않는다고 선을 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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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한범 국제정치학회 회장 등 대표단은 마릴린 스트릭랜드 미국 하원의원과 아미 베라 하원의원을 비롯한 의회 및 정부 관계자를 만나 한국의 외교현안에 대한 미국 의회 차원의 협조를 당부했다 사진 대표단 제공

정한범 한국국방대 교수는 대북 대화의 문턱을 낮추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비핵화를 협상의 출발점으로 전면에 내세우기보다는 먼저 관계 형성과 대화의 공간을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그는 “경제제재와 압박만으로는 북한을 변화시킬 수 없으며 자본 문화 경제 교류 등 비군사적 수단이 장기적으로 더 효과적일 수 있다”는 입장도 제시했다. 정 교수는 트럼프행정부가 중국 견제, 첨단기술 산업 협력 등 측면에서 한국의 전략적 중요성을 이전보다 더 인식하고 있을 가능성을 언급하며 민주주의 국가들이 약속을 지키는 체제라는 점을 행동으로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중국의 대북 영향력에 대해서는 정 교수 스스로 과거에는 중국의 역할을 높게 평가했으나 최근에는 그 영향력이 제한적이라는 인식으로 바뀌었다고 밝혔다. 정 교수는 “북한은 중국도 러시아도 완전히 신뢰하지 않으며 전통적으로 양국을 상호 견제 수단으로 활용해 왔다”는 것이다.

제니 타운 스팀슨센터(Stimson Center) 선임연구원은 북한 문제를 군사·제재 차원만이 아니라 보다 넓은 지정학적 환경 속에서 바라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현재 북한은 미국과 대화할 긴급성을 느끼지 않으며 핵보유국 지위가 사실상 인정되지 않는 한 협상 테이블에 복귀할 유인이 크지 않다”고 분석했다. 그는 트럼프와 김정은의 재회 가능성에 신중한 태도를 보이며 북한이 향후 미국과의 협상에서 핵보유 지위뿐 아니라 국경과 북한식 평화질서에 대한 사실상 승인을 요구할 수 있다고 봤다. 이는 한국이 수용하기 어려운 방향일 수 있어 “고위험 시나리오가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타운 연구원은 중국의 역할에 대해서도 중국의 지렛대 자체가 제한적일 뿐 아니라 중국은 언제나 자국 이해관계에 부합하는 방식으로만 정보를 전달하거나 중재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신뢰 구축 방안으로는 미국 시민과 비정부기구(NGO)의 대북 활동을 보다 유연하게 허용하는 낮은 단계의 조치를 제안했다. 그는 “지금처럼 김정은과의 재회 희망을 언급하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제재와 차단을 지속하는 상반된 신호는 협상 여지를 좁힌다”고 평가했다.

앤드류 여 브루킹스연구소 선임연구원은 현재의 지정학적 환경이 협상에 우호적이지 않다는 점에 동의하면서도 트럼프와 김정은 간 개인 외교의 재개 가능성은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고 평가했다. 트럼프는 김정은에 대해 부정적 언급을 거의 하지 않고 있으며 북한 역시 트럼프 개인에 대해서는 직접 비난을 자제하고 있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여 연구원은 “김정은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미국으로부터의 정당성 확보와 핵보유국으로서의 인정”이라며 이것이 국내정치적으로도 큰 상징적 자산이 되고 외부의 체제전복 압력을 줄이는 효과도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다만 트럼프가 현실적으로 북한을 핵무기 보유국으로 간주한 채 대화에 나설 가능성도 있다며 이 과정이 한국 입장에서는 상당한 위험을 동반할 수 있다고 밝혔다.

중국의 대북 지렛대에 대해서는 미국이 늘 이를 과대평가하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럼에도 중국은 2018~2019년 북미 정상외교 과정에서 배제된 경험이 있어 이번 협상 재개 시 자신이 다시 소외되지 않도록 북한에 대화 복귀를 권할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전략자산 재배치 문제에 대해서는 이것이 협상에 유리한 조건을 제공하지는 않는다고 평가하며 “보다 강한 위치에서 협상하는 것이 바람직하며 전략자산은 한반도에 유지되는 편이 좋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번 포럼은 한국국제교류재단과 미아·스펜서 김 기금의 한국 프로그램 지원으로 마련됐다.

김기수 기자 ks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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