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온 'TACO'…이란 공격 연기에 세계증시 급반등
증시는 오르고 유가는 급락 에너지 충격은 현재진행형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 전력시설에 대한 군사공격을 연기하고 이란과의 초기 협의 가능성을 시사하자, 글로벌 금융시장이 23일(현지시간) 일제히 안도 랠리를 연출했다. 확전 우려가 걷히면서 국제유가는 급락하고 미국 증시는 큰 폭으로 반등했다.
로이터에 따르면 이날 뉴욕 증시는 위험자산 선호 심리가 되살아나면서 주요 지수가 1~2.5% 올랐다. 유럽 증시도 약 1% 반등했다. 반면 국제유가는 10% 급락했고, 금값은 4개월 만의 최저 수준까지 떨어진 뒤 2% 하락 마감했다. 달러 인덱스도 0.7% 내렸고, 미국 단기 국채금리는 7bp 하락했다.
23일에는 중동발 확전 우려가 최고조에 달하면서 아시아 시장이 직격탄을 맞았다. 일본과 중국 증시는 나란히 3% 넘게 내렸고, 한국 증시는 6% 이상 급락했다. 반면 원자재 수출 비중이 큰 브라질 증시는 3.5% 올라 3년 만에 가장 큰 상승폭을 기록했다.
미국 증시는 전 업종이 오르며 반등했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의 11개 업종이 모두 상승한 가운데 경기소비재 업종은 2.5%, 기술주는 1.5% 올랐다. 항공주와 크루즈 관련주가 강세를 보였고, 인공지능 방산업체 팔란티어는 7% 뛰었다. 반면 에스티로더는 7% 하락했다.
로이터는 이날 시장 반등의 배경으로 이른바 ‘TACO(Trump Always Chickens Out)’ 심리를 지목했다. ‘트럼프는 결국 물러선다’는 뜻의 표현으로, 투자자들은 이번 공격 연기 역시 그런 신호일 수 있다고 받아들이며 위험자산 매수에 나섰다고 분석한다.
다만 시장의 안도감이 오래가지 않을 수 있다는 경고도 나온다. 로이터는 중동발 에너지 충격이 이미 4주째 이어지고 있으며, 석유와 액화천연가스 공급시설, 정제 능력의 손상이 완전히 회복되기까지는 수개월이 걸릴 수 있다고 전했다. 전쟁 우려가 다소 잦아들더라도 높은 에너지 비용은 당분간 세계 경제를 짓누를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이 여파는 물가와 성장률 전망에도 반영되고 있다. BNP파리바 이코노미스트들은 올해 미국 근원 및 헤드라인 인플레이션 전망치를 각각 3.2%, 3.3%로 올리며 “3%대 물가가 고착화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골드만삭스는 높은 유가와 가스 가격이 앞으로 1년간 전 세계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1%p 끌어올리고, 세계 국내총생산 성장률은 0.4%p 낮출 수 있다고 내다봤다.
대표적 안전자산으로 꼽히던 금값이 전쟁과 유가 급등, 증시 불안 속에서도 오히려 급락한 점도 시장의 불안 요인으로 꼽힌다. 로이터는 금조차 위기 국면에서 피난처 역할을 충분히 하지 못하고 있다며, 안전자산의 공식 자체가 흔들리고 있다고 분석했다.
시장의 시선은 다시 중동으로 향하고 있다. 로이터는 중동 정세와 에너지 가격 흐름을 당분간 시장의 최대 변수로 지목했다. 어제의 안도 랠리가 진짜 전환점이었는지, 아니면 하루짜리 반등에 그칠지, 그 답은 결국 중동 정세가 내놓을 것이다.
이주영 기자 123@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