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스크, 텍사스에 ‘테라팹’…칩 독립 선언

2026-03-24 13:00:02 게재

설계부터 생산까지 한지붕

장밋빛 청사진, 기대와 우려

일론 머스크가 이끄는 테슬라와 스페이스X가 인공지능, 로봇, 우주 거주 구상 등을 뒷받침하기 위해 미국 텍사스주 오스틴에 대규모 반도체 공장을 공동으로 건설하기로 했다.

머스크는 22일(현지시간) 오스틴에서 열린 행사 무대에 올라 이른바 ‘테라팹(Terafab)’ 시설이 테슬라 차량과 회사가 점점 더 주력하고 있는 휴머노이드 로봇 ‘옵티머스’에 탑재될 칩을 생산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 시설은 또 스페이스X가 대규모 배치를 계획 중인 AI 연산용 위성에 들어갈 우주 최적화 칩도 제조할 예정이다.

머스크는 “테라팹을 짓지 않으면 우리는 칩을 확보할 수 없다”며 “칩이 필요하기 때문에 테라팹을 반드시 만들 것”이라고 강조했다.

머스크는 앞서 이 계획의 일부를 언급한 바 있다. 지난 1월 테슬라의 분기 실적 발표 당시 투자자들과의 대화에서도 관련 구상을 설명했다. 다만 스페이스X의 참여 여부와 시설 규모 등 핵심 세부 내용이 공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테슬라를 비롯한 기업들은 통상 반도체를 자체 설계하되, 실제 생산은 이른바 ‘팹’을 운영하는 외부 공급업체에 위탁하는 방식을 택해왔다.

예컨대 지난해 7월 테슬라와 삼성전자는 약 170억달러 규모의 계약을 체결했으며, 삼성전자는 이를 바탕으로 로봇·자율주행차·AI 데이터센터 등에 쓰일 테슬라용 첨단 칩을 생산하기로 했다.

그러나 AI 개발 경쟁이 격화되면서 메모리 반도체를 중심으로 일부 칩의 공급 부족이 심화되고 있어, 안정적인 자체 생산 역량 확보가 업계 전반의 과제로 떠오른 상황이다.

팹을 직접 짓는 일은 테슬라와 스페이스X 모두에게 만만치 않은 도전이다. 반도체 제조시설은 건설 비용이 막대할 뿐 아니라 완전한 가동까지 수년이 소요될 수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분석했다.

모건스탠리 애널리스트들은 최근 보고서에서 “일론 머스크가 불가능해 보이는 일들을 여러 차례 현실로 만든 이력을 감안하더라도, 이번 프로젝트는 가히 헤라클레스적 과업”이라고 평가했다. 이들은 총비용이 수년에 걸쳐 200억달러를 훌쩍 넘어설 것으로 내다봤다.

머스크에 따르면 테라팹 시설에는 반도체 생산에 필수적인 정밀 노광 장비와 함께 칩 설계·시험·생산 설비가 통합 구축된다. 설계부터 생산까지 전 과정을 한 공간에서 긴밀하게 연계함으로써 개선 속도를 극대화하는 체계를 만드는 것이 핵심 목표다.

머스크는 23일 소셜미디어 게시물에서 테라팹이 2개의 생산 라인을 갖추게 될 것이며, 각 라인은 특정 칩 설계에 특화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로이터는 테라팹을 머스크가 차량, 로봇, 우주 AI 인프라에 필요한 칩을 외부 공급망에만 의존하지 않고 직접 확보하려는 승부수로 봤다.

다만 머스크가 구체적 일정은 제시하지 않았고, 그간 야심찬 프로젝트 가운데 지연되거나 무산된 사례도 적지 않았다는 점을 함께 짚으며 실현 가능성에는 일정한 유보를 달았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머스크의 구상이 2나노급 선단 공정부터 곧바로 시작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매우 어렵다고 봤다.

단기간에 TSMC의 선두 지위를 흔들기보다, 첨단 패키징 같은 분야가 테라팹의 보다 현실적인 진입 경로가 될 수 있다는 것이 트렌드포스의 조언이다.

이주영 기자 123@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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