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격유예’ 출구전략인가 시간벌기인가
트럼프, 48시간 최후통첩 뒤 급선회…알자지라 “이란, 가짜뉴스 규정”
미국과 이란 간 군사 충돌이 4주 차에 접어든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 에너지 시설 폭격을 전격 유예하며 국면전환을 시도했다. 하지만 이란은 협상 자체를 전면 부인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23일(현지시간) 자신의 트루스소셜을 통해 이란 발전소 및 에너지 인프라에 대한 공격을 5일간 보류하도록 지시하고 “양측이 매우 생산적인 대화를 나눴으며 거의 모든 쟁점에서 합의했다”고 밝혔다. 불과 이틀 전 “48시간 내 호르무즈 해협을 개방하지 않으면 발전소를 초토화하겠다”는 최후통첩에서 급선회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대표단이 이란 고위 인사와 접촉해 핵무기 포기, 우라늄 처리 문제 등 핵심 쟁점에서도 진전을 이뤘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란도 합의를 원하고 우리도 원한다”며 타결 가능성을 강조했다.
같은 날 알자지라 방송은 이란 외무부와 의회가 “미국과 어떤 협상도 없었다”고 공식 부인했으며, 모하마드 바게르 갈리바프 의회 의장이 이를 “가짜뉴스”라고 규정했다고 보도했다.
뉴욕타임스 역시 미국과 이란, 이스라엘 지도자들의 상반된 발언으로 “실제 평화 협상이 진행 중인지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이란 관리들과 외교 소식통을 인용해 양측이 중재자를 통해 긴장 완화 메시지를 교환하고 있을 가능성은 있다고 전했다.
이번 조치를 두고 엇갈린 분석이 제기된다. 온라인 매체 악시오스는 확전 부담과 유가 급등을 고려한 트럼프 대통령의 출구전략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군사적 시간 벌기 가능성도 거론된다. 중동으로 추가 병력이 이동 중인 상황에서 전열 정비와 대규모 작전을 준비하기 위한 전술적 유예일 수 있다는 의미다.
양측 협상 조건도 여전히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미국은 핵 프로그램 포기와 우라늄 농축 중단을 요구하고 있으며, 이란은 공격 재발 방지 보장과 전쟁 배상을 조건으로 내걸고 있다. 더욱이 군사 충돌은 계속되고 있다. 미군은 이란 군사 목표물에 대한 정밀 타격을 이어가고 있으며, 이란 역시 미군 기지와 이스라엘을 겨냥한 드론과 미사일 공격을 지속하고 있다.
정재철 기자 jcjung@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