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들이 자치회관 운영하고 강좌 만든다
금천구 ‘금천형 주민자치 3.0’ 본격화
일부 동은 분회·법인설립까지 검토 중
“너무 좋아. 머리부터 발끝까지 안 움직이는 곳 없지, 운동이 많이 돼요.” “건강이 아주 좋아지는 걸 느껴요. 웃음이 많아졌어요.”
서울 금천구 독산4동주민센터 5층 문화관람실. 직전까지 강사와 함께 춤을 추고 박수를 치며 큰 소리로 웃음을 터뜨리던 주민들은 아직도 흥분이 가득한 표정이다. 매주 금요일 오후 1시부터 진행되는 자치회관 강좌 ‘100세 체조’를 마친 참이다. 60·70대 주민 20여명 모두 2시간에 걸친 강좌에도 지친 기색이 없다. 조영선(78)씨는 “지루할 틈이 없다”며 “1주일에 한번만 더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선태(69)씨는 “다리가 아파도 결석은 안한다”며 “몇달 되지도 않았는데 다들 친해져서 동네에서도 아는 척을 한다”고 전했다.
25일 금천구에 따르면 구는 올해 들어 ‘금천형 주민자치 3.0’을 본격화한다. 1~4기 주민자치회에서 다져온 역량을 토대로 주민 권한과 책임이 조화로운 실질적인 자치 기반을 공고히 다지고 주민이 진정한 주인이 되는 ‘주민주권 시대’ 개막을 준비한다는 취지다.
10개 동 자치회관 운영부터 주민들이 맡는다. 구는 지난 2021년 시범운영을 시작으로 2023년 전체 주민자치회와 ‘자치회관 위·수탁 협약’을 맺었다. 지난 2년간 운영 성과 평가와 적격자 심의를 거쳐 올해도 협약을 맺고 내년까지 각 주민자치회가 자치회관을 운영하면서 지역 공동체 활동을 이끌도록 했다. 구는 “강좌 개발부터 운영, 사무국 직원 채용·관리 등을 모두 주민자치회 위원들이 담당한다”며 “수강료는 기금으로 적립해 주민들이 필요하다고 판단하는 사업에 사용한다”고 설명했다.
독산4동은 지난해 자치회관 운영 평가에서 가장 높은 점수를 받은 곳이다. 주민들이 사랑하는 ‘100세 체조’도 큰 역할을 했다. 기획 단계부터 강사 섭외, 신청 접수까지 모두 주민들이 도맡았다.
동 축제에서 희망하는 강좌에 대한 조사를 했는데 노년층 주민들이 쉽게 따라할 수 있는 체조에 대한 요구가 나왔다. 회의에서 새 강좌를 개설하기로 의결한 뒤 위원들이 발품을 팔아 강사를 섭외했고 동주민센터와 연계해 은둔형 1인가구를 적극 섭외했다. 당초 10명도 안된 인원으로 시작했는데 참여자가 이웃에 소개해 현재는 25명 안팎까지 수강생이 늘었다.
주민들이 운영을 맡으면서 공무원은 본연의 업무에만 집중할 수 있게 됐고 자치회관을 찾는 주민층이 확대되는 효과를 얻고 있다. 구 관계자는 “소수의 주민들이 자치회관 프로그램과 주민 공간을 독점하는 게 아니라 신규 이용자가 늘고 있다”고 강조했다. 실제 양성진 독산4동 주민자치회장부터 ‘새 얼굴’이다. 그는 “이웃을 위해 일하고 동네가 더 좋아지게 만든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판단해 합류했다”며 “내친 김에 회장에도 도전했는데 다른 위원들이 힘을 실어줬다”고 말했다. 3년째 활동 중인 이경희 위원은 “주민과 소통하면서 동네가 발전하는 걸 볼 수 있어 좋다”며 “할 수 있을 때까지 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금천구는 올해 5기 주민자치회 출범을 계기로 주민들 참여의 폭을 넓히는 정책도 함께 추진한다. 동주민센터 분소가 있는 독산1동에서는 분회를 검토 중이고 시흥3동 박미마을 등에서는 주민자치회와 연계한 법인을 설립해 지속가능한 운영 기반을 마련할 방침이다. 청년과 장애인, 다문화가정 등 사회적 약자 참여를 확대하는 방안도 구상 중이다.
유성훈 금천구청장은 “주민 공간인 자치회관을 주민들이 운영하는 건 주민자치의 새로운 표준을 제시한 혁신 사례”라며 “주민이 지역 문제를 해결하고 공동체 문화를 만들어가는 진정한 자치분권이 실현되도록 행·재정적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말했다.
김진명 기자 jmkim@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