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구 어린이 제품 유해물질 ‘최대 549배’
29개 품목 중 10개 기준 미달 확인
저가 유통 구조 속 안전 검증 부재
해외 온라인 플랫폼에서 판매되는 어린이 제품에서 기준치를 최대 549배 초과한 유해 물질이 검출되면서 직구 시장 안전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올랐다. 학용품과 가방, 완구 등 어린이 제품에서 고농도 유해 물질이 확인되면서 단순 품질 문제가 아닌 구조적 위험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26일 서울시에 따르면 해외 플랫폼에서 판매 중인 어린이 제품 29개를 검사한 결과 10개 제품이 국내 안전 기준에 부적합한 것으로 나타났다. 학용품 6개, 가방 2개, 완구 등 기타 제품 2개다.
유해 물질 검출 수준은 심각했다. 어린이용 키링에서는 납이 기준치의 최대 549배 초과 검출됐다. 리코더 케이스에서는 프탈레이트계 가소제가 309.9배 검출됐고, 필통(235.4배), 색연필(181배), 멜로디언 케이스(147.5배) 등에서도 수백 배 수준의 초과 사례가 확인됐다.
금속성 유해 물질도 다수 검출됐다. 필통과 멜로디언 지퍼와 원단에서는 납이 기준치 대비 최대 17.4배 초과 검출됐고, 멜로디언 케이스에서는 카드뮴이 기준치의 9배를 넘겼다. 어린이 가방에서도 프탈레이트계 가소제가 75.9배, 납과 카드뮴이 각각 최대 8.2배, 1.2배 초과 검출됐다.
완구류의 경우 스티커 제품에서 프탈레이트계 가소제가 최대 55.1배, 카드뮴이 6.4배 초과 검출됐다. 일부 제품은 섬유 pH가 기준치를 벗어나 피부 자극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문제는 대부분 어린이가 직접 접촉하는 제품이라는 점이다. 필통과 색연필은 손에 닿고, 리코더와 멜로디언은 입과 접촉한다. 가방과 완구 역시 장시간 사용하는 제품으로 유해 물질이 실제 인체 노출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특히 성장기 아동의 경우 유해 물질에 더 취약할 수 있다는 점에서 위험성이 크다는 지적이다.
이 같은 위험은 개별 제품이 아니라 유통 구조 문제로 이어진다. 해당 제품들은 모두 해외 플랫폼을 통해 판매되고 있으며 국내 안전 기준 적용이 어려운 구조 속에서 저가 제품이 빠르게 유통되고 있다.
해외 판매자는 자국 기준을 이유로 책임을 제한적으로 해석하고, 플랫폼은 중개자라는 입장을 취하면서 사전 검증이 충분히 이뤄지지 않는 구조라는 지적이 나온다.
부적합 비율은 약 34%에 달했다. 소비자가 제품을 사전에 확인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위험이 반복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가격 경쟁 중심 구조도 문제로 꼽힌다. 초저가 제품이 확산되면서 안전 기준을 충족하지 못한 제품이 걸러지지 않고 유입되고 있다. 특히 어린이 제품까지 동일한 유통 구조에 놓이면서 안전 관리 공백이 더 크게 드러나고 있다는 지적이다.
정부 대응도 사후 관리 중심에 머물러 있다는 한계가 지적된다. 급증한 직구 수요를 고려할 때 사후 검사와 판매 차단만으로는 위험 제품 유통을 충분히 통제하기 어렵다는 분석이다.
소비자 대응에도 한계가 있다. 전문가들은 일반 소비자가 성분을 확인하고 위험성을 판단하기는 쉽지 않다고 지적한다. 제품 정보가 충분히 제공되지 않는 상황에서 소비자에게 책임이 전가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서울시는 부적합 제품에 대해 해당 플랫폼에 판매 중단을 요청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어린이 제품에서 기준치를 크게 초과한 유해 물질이 검출된 만큼 소비자들의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며 “해외 플랫폼 제품에 대한 점검을 지속적으로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어린이 제품에 대한 사전 안전 검증과 플랫폼 책임 강화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제품 단위가 아니라 유통 구조 전반을 관리하는 접근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결국 문제는 제품이 아니라 구조다. 해외 직구 시장이 확대되는 상황에서 안전 기준 적용과 관리 체계를 어떻게 설계할 것인지가 정책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장세풍 기자 spjang@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