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부동산 범죄 1493명 단속 ‘집값 조작 집중’
공급질서 교란 30% 최다 … “2차 단속 10월까지”
부동산 시장 불법행위에 대한 경찰 특별단속에서 5개월 동안 1400여명이 적발되면서 단속 범위가 ‘전세사기’에서 ‘시장 전반 불법행위’로 확대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집값 형성과 관련된 가격 조작과 담합 행위가 주요 단속 대상에 포함, 부동산 시장 관리 방식이 수사 중심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는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3월까지 약 5개월간 부동산 범죄 특별단속을 실시한 결과 1493명을 단속하고 640명을 송치했다고 26일 밝혔다. 이 가운데 7명은 구속됐다. 유형별로는 부정청약 등 공급질서 교란이 448명으로 전체의 30%를 차지해 가장 많았다. 이어 △농지 투기 293명 △집값 띄우기 등 불법 중개행위 254명 순으로 집계됐다. 내부정보 이용 투기, 재개발 비리, 기획부동산, 명의신탁도 주요 단속 대상에 포함됐다.
이번 단속에서는 가격 형성 과정에 영향을 줄 수 있는 행위들이 다수 적발된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에서는 실거래가보다 1억8000만원 높은 금액으로 신고한 뒤 계약을 해지하는 방식의 거래가 적발된 것으로 조사됐다. 신고된 가격이 시세에 반영되는 점을 이용한 사례로 경찰은 보고 있다. 부산에서는 공인중개사들이 단체를 구성해 비회원과의 공동중개를 제한하고 회원 간 거래를 중심으로 운영한 사례가 적발된 것으로 확인됐다. 충북 청주에서는 가족 명의 법인에 허위 재직한 것처럼 꾸며 특별공급에 당첨된 사례도 수사 과정에서 드러났다.
개발 정보를 이용한 투기 사례도 확인됐다. 경기 화성에서는 개발 가능성을 미리 알고 농지를 매입한 뒤 불법 전용하거나 임대한 혐의로 219명이 송치된 것으로 나타났다. 특정 지역에 투기 행위가 집중되는 양상도 확인됐다. 공공주택 제도 악용 사례도 포함됐다. 전북에서는 공공임대주택 입주 자격을 얻기 위해 위장전입을 하거나 임대차보증금을 나눠 갖기로 공모한 사례가 적발된 것으로 조사됐다. 재개발 조합 관련 금품 수수와 고수익을 미끼로 투자자를 모집해 금전을 편취한 사례도 단속 대상에 포함됐다.
경찰은 현재 599명을 추가로 수사 중이라고 밝혔다. 전체 단속 인원의 약 40%에 해당하는 규모로, 단속이 수사로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경찰은 오는 10월 31일까지 약 7개월간 2차 특별단속을 이어갈 계획이다. 집값 담합과 농지 투기 등 시장 교란 행위에 수사력을 집중하고 국토교통부·국세청·금융위원회 등 관계기관과의 공조도 강화할 방침이다.
이재명 대통령이 부동산 범죄에 대한 강경 대응 의지를 밝히면서 단속 기조는 더욱 강화될 전망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24일 사회관계망서비스에 단속 결과를 공유하며 “나라를 망치는 악질 부동산 범죄를 꼭 뿌리 뽑겠다”고 밝혔다. 경찰은 추가 특별단속을 통해 전방위 검거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박성주 국가수사본부장은 “부동산 불법행위는 시장 질서를 훼손하고 피해를 국민에게 전가하는 범죄”라며 “집값 담합 등 불법행위에 대해 수사력을 더욱 집중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번 단속은 부동산 정책 대응 방식이 규제 중심에서 수사 대응으로 확대되고 있는 흐름을 보여준다는 평가가 나온다. 전세사기 대응을 넘어 가격 형성과 거래 구조 전반이 단속 대상에 포함되면서 시장 관리 방식이 변화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전문가들은 가격 왜곡 행위에 대한 단속 강화가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다만 지역별 거래 구조와 시장 상황을 고려하지 않은 단속 확대는 시장 위축 등 부작용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장세풍 기자 spjang@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