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각국, 에너지 대란에 코로나19식 대응

2026-03-27 13:00:09 게재

재택·단축근무 실시, 출장 제한 보조금 지급해 가계 부담 완화

중동 전쟁에 따른 세계적인 석유·가스 부족 사태에 대응해 아시아 각국이 재택근무 등 교통 수요 축소 대책, 보조금 지급 등 경기 부양책을 비롯해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 당시 시행한 정책들을 다시 꺼내 들고 있다.

26일(현지시간) 로이터 통신 등에 따르면 태국, 필리핀, 파키스탄, 스리랑카 등 여러 나라들이 연료 소비를 줄이기 위해 정부·공공기관을 중심으로 재택근무나 단축근무 등을 실시하고 있다.

태국은 이달 초순부터 대부분 정부 기관에서 전면 재택근무와 공무원 해외 출장 자제 등의 조치를 시행하고 있다.

필리핀은 경찰·소방서와 최일선 대민 서비스 담당 부서를 제외한 모든 정부 기관에서 주4일 근무제를 도입하고 온라인으로 대체할 수 있는 오프라인 회의나 연수, 출장을 금지했다.

파키스탄 정부도 정부·공공기관은 주4일 근무제로 전환하고 직원 절반가량은 재택근무를 실시하도록 했다. 학교도 이달 중순부터 2주 동안 휴교 중이며 대학교 수업도 온라인으로 바뀌었다. 당국은 ‘국민 스포츠’인 크리켓 팬들에게 연료 절약을 위해 외출하지 말고 집에서 TV로 경기를 시청하라는 지침까지 내렸다.

스리랑카는 모든 정부 기관과 학교·대학교들이 매주 수요일을 공휴일로 하는 주4일 근무제에 들어가고 공무원들은 가능하면 재택근무를 하도록 했다. 스리랑카 정부는 민간 부문에도 주4일 근무제 시행을 요청했다.

베트남 정부는 민간 기업들에도 가능한 한 재택근무를 실시하고 시민들에게 개인 차량 사용을 자제하고 대중교통을 이용해줄 것을 촉구했다.

각국은 석유·가스값 급등에 따른 생계 부담을 덜기 위한 보조금 등 부양책도 활발히 도입하고 있다.

지난 24일 ‘국가 에너지 비상사태’를 선포한 필리핀 정부는 전국의 오토바이 택시 운전사 등 대중교통 종사자들에게 1인당 5000페소(약 12만5000원)의 연료 보조금을 지급하기 시작했다. 말레이시아는 휘발유 소비자가격 인상을 막기 위해 휘발유 보조금 규모를 기존 7억링깃의 거의 3배인 20억링깃(약 7544억원)으로 늘릴 예정이다.

각국은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썼던 정책을 이번 ‘에너지 대란’에 대응하는 데 활용하고 있다.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는 지난 23일 의회에서 중동 전쟁에 따른 어려움을 코로나19 당시와 비교하면서 그때와 마찬가지로 이번에도 대비해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글로벌 투자은행(IB) 바클레이즈는 전날 보고서에서 코로나19 위기가 이번 같은 심각한 공급 부족 사태에 대응하는 모델을 제공할 수 있다고 밝혔다.

특히 “아시아 신흥국 정부들은 사태 심각성에 따라 팬데믹 시대의 정책을 참고해 경제 활동에 대해 봉쇄 수준의 제한을 가할 수도 있다”고 관측했다.

김상범 기자 clay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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