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신매매 피해자 사례판정 없이도 신속 확정·선지원
관계부처 합동, 대책 마련
계절노동자도 신고의무 대상
인신매매 피해자로 확정받는 데 2개월가량 걸리던 절차가 신속 확정으로 바뀐다. 또한 5만명을 넘어선 외국인 계절노동자가 처음으로 인신매매 신고의무 대상에 포함된다. 지역 보호기관 미설치 등 기반시설 공백 보완도 추진된다.
성평등가족부는 27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제4차 인신매매등방지정책조정협의회를 열고 관계부처 합동으로 ‘인신매매등 방지 및 피해자 지원 강화 대책’을 심의·의결했다. 인신매매방지법 시행 3년을 맞아 현장에서 드러난 제도적 미비점을 보완하기 위한 조치다.
법무부·경찰청 등 관계기관이 수사나 점검 과정에서 피해자를 발견하면 지체 없이 성평등부 및 권익보호기관으로 즉시 연계하도록 인신매매방지법 개정을 추진한다. 초기에 피해자 지원이 가능하도록 하기 위해서다. 어업 분야에선 외국인 어선원 맞춤형 식별지표를 개발해 선원근로감독관 등이 현장에서 활용하도록 권고할 방침이다. 계절노동자 관련 기관 종사자는 신고의무자 및 의무교육 대상에 포함한다. 계절노동자 담당 지방정부 공무원도 교육의무 대상으로 추가된다.
피해자 확정 절차도 대폭 간소화된다. 기존에는 모든 피해자를 사례판정위원회를 통해 확정해 2개월가량이 소요됐다. 앞으로는 경찰청·고용노동부 등을 통해 피해 사실이 확인된 경우 성평등부가 별도 판정 없이 즉시 피해자로 확정한다. 확인서가 발급되기 전이라도 의료·법률 등 긴급 지원이 필요하면 선 구조·지원이 가능하도록 제도가 바뀐다.
계절노동자에 대해서는 상해보험과 임금체불 보증보험 가입을 법적으로 의무화(농어업고용인력지원특별법 개정, 2026년 2월 시행)한다. 외국인 피해자를 위한 긴급 주거 지원도 신설하고 장기적으로 피해자지원시설 설치를 추진한다. 외국인 피해자 체류 지원은 성평등부와 법무부 간 업무처리절차를 새로 마련해 신속성을 높인다.
협의회 운영체계도 개편된다. 위원장을 기존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에서 성평등부 장관으로 바꾸고 민간위원은 4인에서 10인 이내로 확대해 전문성을 강화한다. 지역권익보호기관의 권역별 설치도 추진한다. 현재까지 법정 설치기관인 지역권익보호기관은 단 한곳도 설치되지 않은 상태다. 올해 최초로 인신매매 실태조사도 실시된다.
원민경 성평등부 장관은 “이번 대책은 인신매매 피해 사각지대를 해소하고 피해자 지원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한 정부의 의지를 구체화한 것”이라며 “조기 발견과 맞춤형 지원이 현장에서 실질적으로 작동하도록 관계부처와 협력을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법 시행 이후 인신매매 피해자 식별 건수는 2023년 1432명에서 2025년 1만4089명으로 급증했다. 피해자로 확정된 인원도 2023년 3명에서 2025년 42명으로 늘었다.
김아영 기자 aykim@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