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ECD, 올해 미국 물가 4.2% 상승 전망
스태그플레이션 경고등
중동전쟁 여파 에너지 급등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중동 전쟁 여파로 미국 물가 상승률이 크게 치솟을 것으로 전망했다. 동시에 성장 둔화까지 겹치며 ‘저성장·고물가’가 동시에 나타나는 스태그플레이션 위험이 현실화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파이낸셜타임스(FT) 26일(현지시간) 보도에 따르면 OECD는 올해 미국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4.2%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이는 주요 7개국(G7) 가운데 가장 높은 수준이다.
OECD는 중동 전쟁으로 인한 에너지 가격 급등이 물가를 끌어올리는 핵심 요인이라고 지목했다. 특히 원유와 천연가스 가격 상승이 전 세계 물가에 연쇄적으로 영향을 미치고 있으며, 상황이 악화될 경우 성장에도 “상당한 하방 위험”이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보고서는 “분쟁의 범위와 지속 기간은 매우 불확실하지만, 높은 에너지 가격이 장기화될 경우 기업 비용을 크게 늘리고 소비자 물가를 끌어올려 성장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뿐 아니라 한국·중국·인도 등 주요 국가들도 에너지 충격에 따른 물가 상승 압력에 직면한 것으로 분석됐다. OECD는 올해 미국 경제성장률이 2%로 둔화되고, 2027년에는 1.7%까지 더 낮아질 것으로 전망했다.
글로벌 경제도 타격이 불가피하다. 세계 경제 성장률은 지난해 3.3%에서 올해 2.9%로 떨어질 것으로 예상됐다. 전쟁 이전에는 인공지능(AI) 투자 확대와 증시 상승으로 비교적 견조한 흐름을 보였지만, 중동 전쟁 이후 상황이 급격히 바뀌었다는 평가다.
특히 공급망 충격도 심각하다. 호르무즈 해협은 전 세계 해상 원유 물동량의 약 25%, 액화천연가스(LNG)의 20%가 통과하는 핵심 통로다. 여기에 중동은 요소 비료 수출의 34%, 황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어 산업 전반의 비용 상승 압력이 커지고 있다.
이 같은 구조는 단순한 물가 상승을 넘어 경제 전반을 압박하는 ‘공급 충격’ 성격을 띤다. 실제로 FT는 별도 분석에서 중동 전쟁이 에너지 가격 상승과 수요 위축을 동시에 유발하며 스태그플레이션 위험을 키우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탈리아 커피 기업 일리카페의 크리스티나 스코키아 최고경영자는 “에너지 가격 급등은 비용 상승뿐 아니라 소비 위축까지 초래한다”며 “소비자 수요 감소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현재 상황이 1970년대 오일쇼크와 유사한 구조를 보일 수 있다고 경고한다. 투자회사 RBC블루베이자산운용의 마크 다우딩 최고투자책임자는 “이번 충격은 전형적인 공급 충격으로, 세계 경제에 스태그플레이션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분석했다.
문제는 통화정책 대응도 쉽지 않다는 점이다. 물가를 잡기 위해 금리를 올리면 경기 침체가 심화되고, 반대로 금리를 낮추면 물가 상승을 더 자극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중동 전쟁이 장기화될 경우 물가와 성장 모두 동시에 악화되는 ‘이중 충격’이 현실화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양현승 기자 hsyang@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