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전틱 AI 시대, CPU가 다시 뜬다

2026-03-27 13:00:21 게재

ARM, CPU 전면에 나서다 엔비디아·메타도 CPU 베팅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에서 24일(현지시간) 열린 행사에서 르네 하스 ARM홀딩스 최고경영자(CEO)가 자사 AGI CPU를 들어 보이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AI 시대의 주인공은 GPU라는 공식이 흔들리고 있다. CPU가 다시 핵심 반도체로 귀환하고 있다.

ARM의 르네 하스 CEO는 24일(현지시간) 새 CPU를 공개하며 “사람들은 CPU가 끝났다고 생각했지만, AI가 발전할수록 더 많은 CPU가 필요해진다”고 말했다. 월스트리트저널도 26일 “한동안 뒷전으로 밀렸던 CPU가 AI 기술 급변속에 다시 주목받고 있다”고 분석했다.

배경에는 ‘에이전틱 AI(스스로 판단하고 실행하는 자율형 인공지능)’ 확산이 있다. 에이전틱 AI는 목표를 스스로 쪼개 여러 작업을 연쇄적으로 수행하는 방향으로 진화하고 있다. 정보를 찾고, 코드를 작성하고, 결과를 검증해 다음 단계로 넘기는 과정이 반복되면서 AI는 단순 응답형 도구를 넘어 실제 업무를 처리하는 실행형 시스템으로 바뀌고 있다. 이 과정에서 CPU는 각 작업의 순서를 조율하고 자원을 배분하는 핵심 역할을 맡는다.

엔비디아는 최근 GPU 없이 베라 CPU만으로 구성한 서버 랙을 내놓겠다고 밝혔고, 메타도 엔비디아 CPU를 대규모로 주문해 첫 본격적 CPU 전용 데이터센터 구축이라고 설명했다. 회계·컨설팅 기업 딜로이트는 AI 혁신의 무게중심이 GPU 단일 칩에서 시스템 전체로 옮겨가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제 경쟁력의 핵심은 특정 프로세서 하나가 아니라, CPU와 GPU, 메모리, 전력 효율이 맞물린 전체 시스템이라는 얘기다.

ARM은 이런 변화의 수혜를 정면으로 노리고 있다. 그동안 엔비디아와 퀄컴 등에 CPU 설계를 제공해왔던 ARM은 이제 직접 칩을 설계·판매하는 쪽으로 사업 모델을 바꾸고 있다. 회사는 새 칩을 “세계에서 가장 효율적인 에이전틱 CPU”라고 소개하며, 경쟁 제품보다 전력 효율이 2배 높다고 밝혔다.

메타가 선도 파트너이자 첫 대형 고객으로 참여했고, 오픈AI, 세레브라스, SAP, 클라우드플레어, SK텔레콤, 리벨리온도 고객사에 이름을 올렸다. ARM은 향후 5년간 연 매출이 약 250억달러로 5배 가까이 늘고, 데이터센터용 CPU 시장도 연간 1000억달러 규모로 커질 것으로 내다봤다.

이 같은 전망은 클로드 코드와 오픈AI 코덱스 같은 코딩 도구, 가상 비서형 플랫폼 확산으로 AI 에이전트 수요가 급증하고 있는 현실을 반영한다. 업계에서는 여러 에이전트를 동시에 오래 돌릴수록 전용 CPU가 대거 필요해진다고 본다. 메타는 “개인용 초지능을 수십억명에게 제공하려면 막대한 반도체가 필요하다”고 했고, 오픈AI도 AI 경쟁은 결국 “더 많은 연산 능력” 확보 싸움이라고 진단했다.

AI는 GPU만이 아니라 CPU의 전략적 가치까지 끌어올리고 있다. GPU가 대규모 학습과 고성능 추론의 상징이라면, CPU는 수많은 에이전트를 실제로 연결하고 움직이게 하는 실무형 인프라라는 WSJ 평가다.

결국 차세대 AI 패권 경쟁은 GPU와 CPU 가운데 누가 더 중요하냐의 문제가 아니라, 두 반도체를 어떻게 최적으로 결합해 전체 시스템 성능을 끌어올리느냐에 달렸다는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시각이다.

이주영 기자 123@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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