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의 전쟁, 이란 석유돈줄 키웠다

2026-03-31 13:00:01 게재

중국이 우회거래 뒷받침

전쟁틈타 석유판매 수익 2배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대이란 전쟁이 역설적으로 이란 정권의 석유 수익을 키우고 있다고 이코노미스트가 2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호르무즈 해협이 사실상 막히면서 걸프 산유국들은 수출에 큰 타격을 입었지만, 이란은 오히려 유조선을 계속 운항하며 하루 석유 판매 수입을 전쟁 전의 거의 두 배로 늘렸다는 것이다.

이란의 현재 원유·석유제품 수출량은 하루 240만~280만배럴, 이 가운데 원유는 150만~180만배럴 수준으로 지난해 평균과 비슷하거나 더 많다.

문제는 물량보다 가격이다. 걸프 지역 다른 공급이 막히면서 이란산 원유 가격이 뛰었고, 중국에 인도되는 이란 라이트 가격은 이제 브렌트유보다 비싼 수준까지 올랐다. 몇 달 뒤 인도될 이란산 원유 선물 가격은 배럴당 104달러로, 전쟁 전보다 75% 상승했다.

이 같은 돈줄의 핵심은 이란의 독특한 석유 밀매 구조다. 석유 사업은 판매상, 해운, 그림자 금융이라는 세 축으로 돌아간다. 명목상 수출 창구는 이란국영석유회사(NIOC)지만, 실제로는 정부 부처와 종교재단 등에 판매 물량이 배정되고, 이를 약 20명의 유력 인맥 집단이 현금화한다.

이 과정에서 이슬람혁명수비대(IRGC)가 최근 수출 증가분의 대부분을 장악하고 있으며, 혁명수비대 산하 해외 공작 조직인 쿠드스군은 이란 원유 생산의 25%를 통제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해운 부문에서도 혁명수비대의 영향력은 절대적이다. 하르그섬 등 주요 선적 기지에서 출항한 유조선들은 혁명수비대의 심사를 거쳐 암호를 부여받고, 호르무즈 해협을 지날 때는 소형 경비정을 동반한 채 이란 연안을 따라 이동한다. 일부 선박은 통행료까지 내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이 해상에 떠 있는 이란산 원유 1억5000만배럴에 대해 제재를 면제했는데도, 이란 유조선들은 선박 신원 도용, 서류 위조, 위치 조작 같은 수법으로 화물의 출처를 계속 숨기고 있다.

이란산 원유의 종착지는 사실상 중국이다. 중국은 이란 원유의 90% 이상을 흡수하며, 산둥성의 이른바 ‘찻주전자’ 정유공장들이 주요 구매자다. 찻주전자 정유공장은 이 지역에서 소규모로 운영되는 민간 정유업체들을 일컫는 용어다. 겉으로는 민간업체지만, 일부는 중국 국유 석유기업과 얽혀 있다.

중국은 또 이란 자금 세탁의 통로 역할도 한다. 중국 본토와 홍콩의 소형 은행들에 유령회사 명의 신탁계좌를 만들고, 여기로 들어온 원유 대금을 수천 개 계좌망을 통해 세계 각지로 흩뿌리는 방식이다. 이 자금 일부는 이란의 수입 결제에 쓰이고, 나머지는 아시아와 유럽 여러 나라로 분산된다.

전쟁은 이란 경제를 옥죄는 대신, 오히려 제재 회피 능력과 우회 수출망의 가치를 더 키우는 결과를 낳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하르그섬이 공격받더라도 자스크·라반·시리 같은 대체 터미널이 일부 물량을 떠받치고, 중국 내 저장시설과 해외 차명계좌망이 결제 기능을 유지해 주기 때문이다.

석유 수익이 정권과 혁명수비대의 전쟁 자금으로 직결된다는 점에서, 이번 전쟁은 군사 충돌인 동시에 거대한 에너지·금융 전쟁이라는 것이다. 중국의 지원이 계속되는 한 제재만으로는 이 구조를 끊어내기 어렵다는 점도 드러난다. 결국 전쟁은 이란의 석유 밀매망을 무너뜨리기는커녕 오히려 더 비싸게, 더 교묘하게 돌아가게 만들고 있다는 게 이코노미스트의 진단이다.

이주영 기자 123@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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