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호르무즈 20척 통과" 주장 논란

2026-03-31 13:00:02 게재

파키스탄 선박 13척뿐 … 해운업계 “헤드라인용 과장”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동 전쟁 속에서 “이란이 준 선물”이라며 파키스탄 국적 선박 20척의 호르무즈 해협 통과를 주장했지만, 실제 선박 규모와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파이낸셜타임스(FT) 30일(현지시간) 보도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주말 동안 이란이 파키스탄 국적 선박 20척의 항로를 허용했다고 주장하며 “협상이 매우 잘 진행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이샤크 다르 파키스탄 외무장관도 해당 조치를 두고 “평화의 전조”라고 평가하며 긍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해운업계와 시장에서는 곧바로 현실성과 신뢰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로이즈리스트 인텔리전스에 따르면 전 세계에 존재하는 1만DWT(재화중량톤수) 이상 파키스탄 국적 대형 선박은 총 13척에 불과하다.

이 가운데 8척은 유조선, 5척은 벌크선이지만 현재 중동 걸프 지역에 갇혀 있는 선박은 없고, 오만만 인근에 있는 선박도 3척뿐인 것으로 확인됐다. 실제로 최근 2주간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한 파키스탄 국적 선박도 단 2척에 그쳤다.

업계 반응은 더욱 직설적이다. 한 선박 중개업자는 “트럼프가 하는 것은 단지 헤드라인용, 클릭 유도”라며 “말이 안 된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분석가는 “그의 발언을 이해하려고 하루 종일 애썼다”고 비판했다.

다만 백악관은 강하게 반박했다. 애나 켈리 백악관 대변인은 “전문가들은 대통령이 틀릴 것이라고 여러 번 말했지만 틀렸다”며 “대통령은 해협이 곧 열릴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밝혔다.

파키스탄 측도 일정 부분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 다르 장관은 하루 2척씩 통과가 시작될 수 있다고 언급했다.

일부 선박이 파키스탄 국적으로 등록을 바꾸는 방안도 논의되고 있지만, 업계에서는 단기적 조치에 불과하며 “20척 규모는 당분간 달성하기 어렵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란 측은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을 정면으로 비판했다. 모하마드 바게르 갈리바프 이란 국회의장은 “에너지 가격을 낮추기 위해 가짜뉴스를 퍼뜨리고 있다”며 “이제 시장은 더 이상 믿지 않는다”고 밝혔다.

실제 상황도 녹록지 않다. 이란의 공격 이후 호르무즈 해협을 통한 선박 운항은 사실상 멈춘 상태이며, 브렌트유 가격은 배럴당 116달러까지 치솟았다.

결국 트럼프 대통령은 협상 진전을 강조하며 시장 안정 메시지를 내고 있지만, 해운 데이터와 현장 상황은 이를 뒷받침하지 못하는 모습이다. 중동 전쟁이 장기화될 경우 해상 물류 차질과 에너지 가격 불안은 더욱 심화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양현승 기자 hsya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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