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모신용 연금시장 진입…환매리스크 커지나

2026-03-31 13:00:02 게재

개인 자금 유입 추진

유동성 불일치 확대 우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개인연금 시장을 통해 사모신용(Private Credit) 투자 문을 열려는 움직임이 나오면서, 침체 조짐을 보이는 사모신용 시장의 ‘수명 연장 장치’가 될 수 있다는 평가와 함께 구조적 위험에 대한 우려가 동시에 커지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 30일(현지시간) 보도에 따르면, 미 노동부는 401(k) 등 퇴직연금에 사모신용과 사모펀드 투자를 허용하는 규정을 추진하고 있다. 이는 14조2000억달러 규모의 연금 시장을 열어 월가 대체투자 운용사들의 새로운 자금 유입 창구를 확보하려는 조치다.

다만 시점은 미묘하다. 최근 일부 사모신용 펀드에서 자금 유출이 발생하고 있어 업황이 흔들리는 가운데, 개인 자금을 끌어들여 유동성을 보완하려는 성격도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스콧 베센트 미 재무장관은 “무언가 문제가 있는 투자라면 개인 투자자에게 넘겨서는 안 된다”고 말하며 규제 설계 과정에서 개인 투자자 보호를 강조했다.

핵심 쟁점은 개인 투자자의 ‘환매 성향’이다. 기관 투자자는 장기 자금을 묶어두는 구조를 감내하지만, 개인은 시장 변화나 뉴스에 민감하게 반응하며 빠르게 환매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

파이낸셜타임스(FT) 투자전략 칼럼 ‘언헤지드(Unhedged)’는 이를 사모신용의 구조적 약점으로 지적했다. 로버트 암스트롱 FT 칼럼니스트는 “문제는 자산이 아니라 부채 측면, 즉 환매 요구와 이를 어떻게 처리하느냐에 있다”고 분석했다.

현재 업계 표준은 분기별 최대 5% 환매 허용인데, 이는 위기 시 투자자 요구를 감당하기에 부족하다. 그는 “어떤 시점에서는 투자자들이 더 많은 환매를 원하게 되고, 이를 거절하면 요구는 더 커진다”고 지적했다.

이미 조짐도 나타났다. 세계 최대 사모신용 펀드 중 하나인 블랙스톤의 비크레드(Bcred) 펀드는 환매 요청 증가로 모회사 자금 지원을 받아야 했다.

문제는 구조적이다. 사모신용은 본질적으로 비유동성을 기반으로 높은 수익을 추구하는 자산이다. 그러나 개인 투자자 유입을 위해 유동성을 일부 제공하면, 가격 평가와 환매 압력이 동시에 커지면서 장점이 훼손된다.

암스트롱은 “유동성을 추가하면 사모신용의 핵심 장점이 희석되거나 사라진다”고 지적했다.

여기에 높은 수수료 구조도 걸림돌이다. 401(k) 시장에서는 비용 문제가 핵심 소송 사유였던 만큼, 상대적으로 비용이 높은 사모신용 상품이 개인 투자자에게 얼마나 매력적일지도 불확실하다.

결국 개인연금 자금 유입은 단기적으로는 자금 이탈을 막는 ‘완충 장치’가 될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자산과 부채의 만기 불일치(미스매치)를 더 키울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양현승 기자 hsya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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