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생산’에서 ‘분배’로 경제정책 전환
고질적인 소비 부진 ‘경제 성장에 발목’ 위기감
제15차 5개년 계획에 ‘가계 소득 증대’ 명문화
중국이 국가 최고위 정책 문서에 ‘가계 소득 증대’를 명문화하며 경제 운용의 패러다임을 ‘생산’에서 ‘분배’로 전환하고 있다. 1인당 GDP가 1만3000달러를 넘어섰음에도 고질적인 소비 부진이 지속 가능한 성장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위기감에서 비롯된 조치다.
30일 중국 차이신글로벌은 ‘가계 소득 증대’ 계획은 지난해 10월 당 중앙위원회의 제안을 거쳐 2026년 3월 ‘제15차 5개년 계획’에 공식 포함됐다고 보도하며 이는 중국 정부의 정책 우선순위가 근본적으로 변화했음을 시사하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장샤오징 국가재정개발원 국장은 차이신과의 인터뷰에서 “핵심 병목 현상은 분배”라고 강조했다. 그동안 중국은 기술 혁신을 통해 생산 능력을 향상시키는 데 주력해 왔지만 이제 내수를 회복하려면 경제적 이익을 어떻게 공유할지 결정하는 개혁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이러한 개혁이 시급한 이유는 지표상으로 나타나는 불균형이 임계점에 도달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중국의 소비 부진이 국민소득에서 가계가 차지하는 비중이 낮은 데서 기인한다고 분석하고 있다.
류위안춘 상하이 재정경제대학 총장에 따르면 1차 소득 분배에서 가계가 차지하는 비중은 60.6%로 세계 평균보다 5.5%p 낮다. 반면 기업 부문은 24.7%로 세계 평균보다 5.6%p 높다. 그 결과 2020년 중국의 GDP 대비 가계 소비율은 38.8%에 머물렀다. 이는 미국(68%)이나 영국(64%), 아르헨티나(63%) 등에 비해 상당히 낮은 수준이다.
OECD 통계를 바탕으로 한 중국은행 연구소 통계도 비슷한 양상을 보여준다. 2008년부터 2020년까지 중국 가계는 국민총소득의 평균 51.4%를 받았는데, 이는 미국의 64.7%, 일본의 57.71%, 독일의 54.37%에 훨씬 못 미치는 수치다. 반면 기업들은 막대한 이익을 유보하며 재투자나 연구 개발에 사용했다. 이는 급속한 산업 확장에는 기여했으나 가계 소득을 억제하고 내수를 위축시키며 기업 간 출혈 경쟁을 부추기는 부작용을 낳았다.
저소득층 인구가 많고 소득 불평등이 심각한 것도 문제로 지목된다. 소득 불평등 지표인 지니계수는 2008년 0.491에서 2024년 0.465로 다소 완화되기는 했지만, 경고선으로 여겨지는 0.4를 여전히 웃돌고 있다.
전문가들은 가계 소득 비중과 소비율 사이에 강한 연관성이 있음을 지적하며, 이러한 불균형이 현재 잠재성장력을 제약하고 있다고 평가한다. 정책 입안자들은 저소득층을 줄이고 중산층을 확대해 소비 주도 성장을 뒷받침할 수 있는 ‘올리브형(항아리형)’ 소득 구조로의 전환을 꾀하고 있다.
그 해법 중 하나로 꼽히는 것이 고부가가치 일자리 창출이다. 단순 노무직보다는 첨단 제조업과 디지털 경제 분야에서 고임금 일자리를 늘리자는 전략이다. 동시에 생산성 향상 속도에 맞춰 임금이 자연스럽게 상승할 수 있도록 임금 결정 메커니즘을 제도화할 방침이다. 또한 국영 기업의 배당 성향을 높여 공공 재원을 확충하고, 이를 사회 복지 지출로 전환함으로써 가계의 의료·교육비 부담을 실질적으로 덜어주는 방안도 추진 중이다.
소비 성향이 높은 저소득층의 소득을 높이는 것 역시 빼놓을 수 없는 과제다. 2026년 3월 기준 중국의 지역별 월 최저임금은 2000위안을 넘어섰지만, 기업 경영에 부담을 주지 않으면서 최저임금을 점진적으로 인상해야 하는 상황이다.
사회 안전망 개선도 뒤따라야 할 부분이다. 중국의 연금 제도는 공무원과 일반 근로자, 그리고 농촌 거주자 사이의 격차가 극심하다. 2023년 기준 퇴직 공무원이 월평균 6243위안(약 137만원)을 받을 때, 5억명이 넘는 기초 연금 대상자들은 고작 222위안(약 4만8000원)을 받는 실정이다. 이러한 낮은 연금은 노년층의 소비를 얼어붙게 할 뿐만 아니라 젊은 세대 역시 미래에 대한 불안감으로 저축에 매달리게 만든다.
리시 저장대 공동번영개발연구소장은 “소비는 미래 소득에 대한 기대, 고용 안정성, 사회 안전망의 견고함 등에 영향을 받지만, 소득이 여전히 결정적인 요인”이라면서 “소득이 증가하지 않는다면 경기 부양 정책은 단기적인 효과만 있을 뿐 지속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박소원 기자 hopepark@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