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RGC, 미 빅테크까지 보복 경고…사이버 확전 우려
민간 의존 방어망도 취약
핵심 기반시설 확산 우려
이란 혁명수비대(IRGC)가 애플·구글·메타·마이크로소프트 등 미국 주요 기업 18곳을 향해 “테러 지원”을 이유로 공격 가능성을 공개 경고했다. 이란은 이들 기업이 미국·이스라엘의 대이란 작전에 정보 제공 형태로 가담했다며, 중동 내 사무소와 자산을 보복 표적에 포함시키겠다고 밝혔다.
이란 국영 프레스TV에 따르면, IRGC는 1일 이란시간 오후 8시(한국시간 2일 오전 1시 30분)부터 이들 기업이 보복 공격에 직면할 것이라며, 지역 내 사무소가 “완전히 파괴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명단에는 HP, 인텔, IBM, 시스코, 테슬라, 엔비디아, 오라클, JP모건, 보잉도 포함됐다.
IRGC는 AI와 정보통신기술(ICT) 서비스가 자국 내 표적 추적과 암살 작전에 활용됐다고 주장하며, 관련 기업들을 미국의 전쟁 정책과 맞물린 “정보기관적 성격의 조직”으로 규정했다.
이 같은 위협이 단순한 선전전에 그치지 않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 31일자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이달 초 이스라엘에서는 군이 보낸 것처럼 꾸민 문자메시지가 대량 유포됐고, 여기에는 개인정보 탈취가 가능한 가짜 대피소 앱 설치를 유도하는 내용이 담겼다.
일부 시민은 “네타냐후는 죽었다”는 협박성 문자도 받았다. FT는 이를 이란·이스라엘·미국 사이에서 벌어지는 거대한 사이버전의 한 단면이라고 전했다.
FT에 따르면 이란의 사이버 전력은 혁명수비대·정보부 직할 조직, 해킹 대리조직, 정치·이념적 목적의 해킹 활동가(해크티비스트)로 나뉜다. 이들은 공포 조성, 정보 탈취, 사회 혼란 확산, 타격 지원까지 복합적으로 움직인다. 미국 전직 사이버 당국자 크리스 크렙스는 “이란은 지금 가진 모든 수단을 쏟아붓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피해도 적지 않다. FT는 이란 연계 세력이 미국 의료기술업체 스트라이커를 공격해 수천명의 직원이 컴퓨터 접근 차단으로 업무가 정지돼 귀가했고, 의료 장비 공급 차질과 수술 지연까지 빚어졌다고 보도했다. 이란 연계 해킹 조직 ‘한다라’는 약 20만대 기기를 먹통으로 만들었다고 주장했다. 카시 파텔 FBI 국장의 개인 이메일 계정 침입도 주장했다. 이란이 수년간 디지털 그림자 속에서 이스라엘과 맞서온 만큼, 이번 경고 역시 실제 사이버 타격과 심리전을 결합한 형태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특히 이번 사태는 전쟁의 경계가 군사시설에서 민간 기술 인프라로 빠르게 옮겨가고 있음을 보여준다. 과거에는 국가기관과 군사망이 주된 표적이었다면, 이제는 빅테크의 클라우드, 데이터, 통신망, 현지 사무소까지 공격 대상으로 지목되고 있다. 기술기업이 사실상 전쟁 수행의 후방 인프라로 간주되기 시작했다는 뜻이다. 중동 분쟁이 글로벌 기업 자산과 민간 네트워크까지 끌어들이는 양상으로 번지면 파장은 중동 권역을 넘어설 수도 있다고 FT는 분석했다.
이주영 기자 123@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