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청소년 생리용품 지원사업 실집행률 저조
국회입법조사처, 65~84% 불과
“보편적 월경권에 대한 논의 필요”
여성청소년의 선택권을 제한하는 생리용품 지원사업을 보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여성청소년 생리용품 지원사업의 실집행률이 65~84%대로 저조한 상황에서 지원 방식 개편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성평등가족부는 ‘청소년복지 지원법’에 따라 2022년부터 여성청소년 생리용품 바우처 지원 대상을 만 9~24세로 확대했다. 국민행복카드를 통해 연 16만8000원을 지원 받을 수 있다.
2일 국회입법조사처의 ‘기본권으로 보장받아야 할 보편적 월경권’ 보고서에 따르면, 여성청소년 생리용품 지원 사업 연도별 실집행률은 △2021년 84.7% △2022년 65.2% △2023년 84.4% △2024년 78.3%로 저조하다.
보고서에서는 “현행 제도는 신청과 이용 절차가 복잡해 청소년에게 높은 진입 장벽으로 작용한다”며 “지원 대상자는 온·오프라인 신청 후 별도로 국민행복카드를 발급받아야 하며, 특히 만 14세 미만은 보호자 동의가 필수여서 가정 내 보호가 취약한 청소년은 사실상 제도에서 배제될 위험이 크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러한 이중 절차와 낮은 접근성은 저조한 실집행률로 이어지고 있다”며 “국회예산정책처에서도 사업방식 변화나 수요자 접근성 제고 등 다각적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성평등가족부는 지난 3월 소득 수준과 관계없이 생리대가 필요한 모든 여성에게 생리대를 지원하는 ‘공공생리대 드림 시범사업’ 추진 계획을 발표하기도 했다. 7~12월 공공시설에 무료자판기를 비치해 생리대를 직접 지원하는 방식이 될 전망이다.
보고서에서는 “생리용품 지원의 기준·범위에 관해서는 ‘청소년복지 지원법 시행령’으로 정하도록 하고 있는데, 시행령에서는 소득수준 등에 따라 지원의 대상이 한정적이며 방법 또한 ‘생리용품의 이용권’으로 제한되어 있다”며 “이에 시행령 내 생리용품 지원을 위한 소득기준 등을 삭제하거나 청소년을 위한 공공생리대 비치 등의 근거조항을 신설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월경을 단순한 개인적 경험이 아니라 건강과 인권의 문제로 인식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월경을 위생 문제가 아닌 건강과 인권 문제로 다뤄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안전하지 않은 생리용품의 사용은 감염과 불임 등을 유발할 수 있다. 월경 기간을 ‘숨겨야 할 것’으로 취급하는 문화적 관습이 수치심·낙인화와 관련된다는 점에서 인권 차원에서 접근도 필요하다.
소득 기준 없이 모든 학생에게 무상으로 제공하되 생리용품의 종류와 비치 방식 선택권까지 보장하는 나라도 있다. 영국 정부는 2020년부터 ‘생리용품 지원 제도(Period Product Scheme)’를 도입했다. 교육부 재정 지원으로 모든 국공립 학교와 16~19세 교육기관이 재학 중인 학습자에게 무료 생리용품을 제공한다. 각 기관이 제품 비치 방식과 배포 방식을 자율적으로 결정한다. 교육기관은 전용 포털을 통해 일회용 탐폰과 생리대뿐 아니라 △친환경 생리대 △재사용 패드 △생리컵 △생리 팬티 등 환경적 가치를 고려한 재사용 가능 생리용품까지 폭넓게 주문할 수 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생리용품 관련 문제가 제기될 때마다 정부는 △안전성 평가 결과 공개 △저소득층 여성청소년 대상 생리용품 바우처 지원사업 등을 추진해 왔다”며 “하지만 가격과 안전성 등의 문제가 반복되는 이유는 생리용품을 어떠한 정책적·권리적 대상으로 인식할 것인지에 대한 명확한 기준과 사회적 합의가 부족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월경을 건강권·교육권과 연결된 기본적 생활 조건으로 인식하고 보편적 보장과 다양성 존중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며 “특히 국가는 관련 정책을 주도하고 사회적 논의를 이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아영 기자 aykim@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