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상위 중산층' 3배 늘어났다
AEI "중산층보다 많아져"
소득 상위층 비중 35%
“호황은 위로”…격차 확대
미국에서 상위 중산층(upper middle class)이 빠르게 늘어나며 계층 구조가 재편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이제는 전통적 중산층보다 더 잘 사는 가구가 더 많아졌다는 것이다.
미국기업연구소(AEI)가 올해 1월 발표한 ‘상위 중산층 급증에 따른 중산층 축소’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 역사상 처음으로 핵심 중산층보다 더 잘 사는 가구 비중이 더 커졌다”고 밝혔다.
AEI는 가계를 △부유층 △상위 중산층 △핵심 중산층 △하위 중산층 △빈곤층·근접 빈곤층 등 5개 계층으로 구분했다. 이 가운데 빈곤 기준의 5~15배 소득을 올리는 가구를 상위 중산층으로 분류했다. 분석 결과, 2024년 기준 3인 가구 연 소득 13만3000~40만달러(약 2억~6억원)에 해당하는 상위 중산층 비중은 31.1%로, 1979년 10.4%에서 3배 가까이 증가했다. 같은 기간 부유층은 0.3%에서 3.7%로 늘었다.
반면 핵심 중산층(core middle class)은 35.5%에서 30.8%로 줄었고, 하위 중산층은 24.1%에서 15.8%로 감소했다. 빈곤층은 29.7%에서 18.7%로 낮아졌다.
AEI는 미국 역사상 처음으로 핵심 중산층보다 더 잘 사는 가구의 비중(34.8%)이, 못사는 가구 비중(34.5%)보다 높아졌다고 설명했다. 상위 중산층과 부유층의 소득 점유율도 28%에서 68%로 크게 늘었다.
이 같은 변화는 소비 구조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고소득 가구가 늘면서 고가 유아용품, 프리미엄 반려동물 식품, 고급 헬스클럽, 크루즈 여행, 항공 비즈니스석 이용 등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소득 상승은 세대를 가로질러 나타난다. 베이비붐 세대는 연금과 자산시장 상승의 혜택을 누리고 있고, 금융위기 이후 정체가 우려됐던 밀레니얼 세대도 소득 증가와 주택 구입을 통해 부모 세대를 넘어서는 흐름을 보이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소개한 사례를 보면, 텍사스의 58세 엔지니어는 이직과 승진을 거치며 소득이 증가하고 은퇴 자금으로 300만달러(약 45억원) 이상을 모았다. 그는 “나는 여전히 평범한 사람이라고 생각한다”며 “하지만 필요하면 원하는 것을 살 수 있는 삶이 됐다”고 말했다.
WSJ는 상위 중산층 확대의 배경으로 임금 상승이 물가 상승보다 빠르게 진행된 점을 꼽았다. 특히 대학 교육을 받은 화이트칼라 직종에서 이런 현상이 두드러졌다. 학사 학위 소지자의 55%, 대학원 학위 소지자의 68%가 상위 중산층 또는 부유층에 속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맞벌이 가구 역시 상위 계층 진입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분석됐다. 두 개의 소득을 기반으로 비용을 분담하고 저축을 확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퓨리서치센터의 리처드 프라이는 “모든 계층의 소득이 증가했지만 특히 고소득층의 증가 폭이 더 컸다”고 말했다.
다만 이런 변화가 모든 가구에 해당되는 것은 아니다. 주거비와 교육비, 의료비 상승 등으로 상당수 가구는 여전히 재정 압박을 받고 있다. 한 중산층 가구는 “소득은 늘었지만 집값과 대학 등록금을 생각하면 여전히 빠듯하다”고 말했다.
이런 변화는 중산층 확대와 함께 계층 간 격차 확대가 동시에 나타나는 구조로 해석된다. 상위로 이동하는 가구는 늘었지만, 자산 가격 상승과 생활비 부담으로 체감 불평등은 오히려 커지고 있다.
김상범 기자 claykim@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