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명 안한 ‘책임한정특약’ 면책사유 안돼

2026-04-06 13:00:14 게재

관리형 신탁사, 입주지연 위약금 지급해야

대법원, 상고 기각 … 원고 일부 승소 확정

신탁재산 범위 내에서 책임을 지는 ‘책임한정특약’을 맺은 관리형 토지신탁회사라도 입주지연에 대한 책임을 지고 계약해제로 인한 위약금을 물어야 한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책임한정특약’은 약관의 중요 내용이므로 설명 의무가 있는데 신탁사가 이를 하지 않아 면책되지 않는다는 취지다.

6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1부(주심 신숙희 대법관)는 최근 원고가 3개월 이상 입주가 지연됐음을 이유로 피고(코람코자산신탁)를 상대로 공급계약 해제와 계약금의 반환 및 위약금 지급(3480만원)을 구한 사건에서 원고의 청구를 일부 받아들인 원심을 확정했다.

C주식회사는 창원시 진해구에 있는 이 사건 오피스텔(지하4층, 지상 21층 규모)을 신축해 분양하는 사업의 시행사이다.

피고는 2018년 3월 22일 C사 및 시공사 F사와 위 사업을 위한 관리형 토지신탁계약을 체결했고, C사로부터 이 사건 오피스텔에 관한 시행사 및 분양자의 지위를 승계했다.

원고는 2018년 7월 24일 피고와 이 사건 오피스텔 G호실에 관한 공급계약을 체결했고, 같은 날 피고에게 위 공급계약상 계약금을 지급했다.

그런데 입주예정일인 2019년 12월까지 입주가 되지 않자 원고는 2020년 4월쯤 피고에게 3개월 이상 입주가 지연됐음을 이유로 이 사건 공급계약을 해제하고 계약금의 반환 및 위약금의 지급을 구하는 내용의 통지를 했다.

이에 피고는 자신의 책임이 신탁재산 범위로 한정된다고 주장하며 고유재산에 의한 배상은 거부했다.

1심과 2심 법원은 피고는 원고에게 1544만원의 위약금을 지급하라고 원고 일부 승소판결했다.

재판부는 “피고는 입주예정일인 2019년 12월로부터 3개월이 지난 2020년 3월말경까지 이 사건 오피스텔을 준공하지 못했고, 이런 준공 지연 및 그로 인한 입주지연은 피고의 귀책사유에 해당(공급계약 제3조 제3항 제1호)하므로 원고에게 약정해제권이 발생했다”며 “피고는 원고에게 이 사건 공급계약 제4조 제2항에 따라 위약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판단했다.

대법원도 원심의 판단은 수긍할 수 있다며 상고 기각해 원심을 확정했다.

재판부는 “원심은 ‘피고가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 의무로써 신탁부동산을 관리했으므로 이 사건 공급계약의 특약사항 제1조 제3항에 따라 이 사건 공급계약에 관한 법적 책임을 부담하지 않는다’는 피고의 주장에 관해서는 명시적으로 판단하지 않았다”면서도 “원심의 판단에는 피고의 위 주장을 배척하는 취지가 포함되어 있다고 볼 수 있으므로 이를 판단누락으로 볼 수는 없다”고 했다.

또 재판부는 “관리형 토지신탁의 수탁자가 신탁재산의 범위 내에서만 수분양자에 대하여 계약상 책임을 부담한다는 이른바 ‘책임한정특약’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약관법 제3조 제3항이 정하는 약관조항으로서 설명의무의 대상이 되는 ‘중요한 내용’에 해당한다고 봄이 타당하다”며 “일반적으로 거래 경험이 평생에 몇 번 되지 않고 관리형 토지신탁 등에 관한 전문지식을 갖고 있지도 않은 수분양자의 입장에서 별도의 설명 없이도 책임한정특약의 존재 및 내용을 충분히 예상할 수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어 “원심은 피고가 원고에게 위 책임한정특약에 관한 설명의무를 다했다고 볼 수 없으므로, 피고는 위 책임한정특약을 이 사건 공급계약의 내용으로 주장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며 “원심 판단에 약관법상 설명의무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는 등으로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없다”고 판단했다.

김선일 기자 si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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