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F “토큰화 금융, 위기 대응 취약”

2026-04-07 13:00:15 게재

블랙록·JP모건 등 도입 확대

“결제 지연 사라지면

완충장치도 사라져”

국제통화기금(IMF)이 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SE)와 나스닥, 글로벌 금융사들이 도입을 추진 중인 블록체인 기반 토큰화 플랫폼이 금융위기 발생 시 대응에 취약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IMF는 지난 4일(현지시간) 공개한 보고서에서 “월가의 거래 인프라를 블록체인 기반 시스템으로 전환할 경우 금융위기가 더 빠르게 전개될 수 있다”고 밝혔다.

IMF의 토비아스 아드리안 금융국장은 보고서에서 토큰화를 주식·채권·현금 등 자산을 디지털 토큰 형태로 전환하는 기술로 정의하며, 이는 단순한 효율 개선이 아니라 금융 시스템 구조 자체를 바꾸는 변화라고 평가했다.

이미 주요 금융기관들은 도입 실험에 나서고 있다. 블랙록과 JP모건 등 은행과 자산운용사, 청산기관들은 토큰화 기술을 적용한 거래 실험을 진행 중이며, 이를 통해 전통 자산의 거래 효율을 높여 수익 확대를 기대하고 있다.

미국 증권거래소들도 도입을 본격화하고 있다. 나스닥은 지난해 9월 주식을 토큰화해 거래할 수 있도록 허용해달라고 미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신청했으며, 뉴욕증권거래소는 토큰화된 주식과 상장지수펀드(ETF)를 24시간 거래할 수 있는 플랫폼을 구축 중이다.

폴 앳킨스 SEC 위원장도 토큰화 도입을 지지하고 있다.

IMF는 다만 토큰화가 금융 시스템의 취약성을 키울 수 있다고 지적했다. 거래 속도가 빨라지는 만큼 위기 확산도 빨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아드리안 국장은 “스트레스 상황은 더 빠르게 전개될 가능성이 높으며, 이에 따라 재량적 개입(discretionary intervention)을 할 수 있는 시간이 줄어든다”고 밝혔다.

현재 금융 시스템에서 결제 지연은 중앙은행과 규제 당국이 개입할 수 있는 시간을 제공하는 완충 장치 역할을 하지만, 즉시 결제 구조에서는 이런 여유가 사라진다는 설명이다.

또 토큰화 시스템은 24시간 작동하는 반면, 중앙은행의 긴급 유동성 공급 체계는 통상 영업시간을 기준으로 설계돼 있어 대응에 한계가 있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IMF는 토큰화 시장에서 결제 수단으로 활용되는 민간 스테이블코인에 대해서도 우려를 제기했다. 이는 평상시에는 정상적으로 작동하지만 위기 상황에서는 대규모 인출 사태에 취약한 머니마켓펀드와 유사하다고 평가했다.

보고서는 토큰화 금융의 향후 발전 경로로 세 가지 시나리오를 제시했다.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를 기반으로 한 통합 시스템, 국가별로 분절된 플랫폼 체계, 민간 스테이블코인이 주도하는 구조 등이다.

아드리안 국장은 “토큰화 금융은 신뢰와 위험의 배분 구조를 근본적으로 재편한다”며 “안전자산 기반 결제 구조 확립과 토큰화 자산의 법적 지위 명확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디지털 전환의 구조적 영향을 사전에 반영하지 못하면 대응이 늦어질 수 있다”며 “금융 시스템 구조를 설계할 수 있는 시간은 열려 있지만 영원하지는 않다”고 덧붙였다.

김상범 기자 clay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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