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원유시장 ‘고유가·고마진’의 역설
2년만에 최고치 경신한 기름값 … 정제마진, 5년평균보다 2배 많아
중동전쟁과 호르무즈 해협 통행 차질이 맞물리며 1분기 글로벌 석유시장이 급격한 변동을 겪고 있다.
전쟁이후 글로벌 에너지패권은 미국 중심으로 급격히 기울고 있으나 미국내에서도 휘발유·경유·항공유 등 석유제품 가격이 급등했다. 하지만 미국 정유업체들은 높은 수익성을 바탕으로 가동률을 끌어올린 것으로 파악됐다. 미국 원유시장 ‘고유가·고마진’의 역설에 노출된 모양새다.
◆항공유·경유 상승폭 더 가팔라 = 8일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에 따르면 3월말 기준 미국 평균 휘발유 가격은 갤런당 3.99달러, 경유는 5.40달러로 2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4월 6일에는 미국의 전국 평균 휘발유가격이 4.12달러로 뛰었고, 서해안 지역은 5.39달러에 달했다. 이 기간 평균 경유가격은 5.64달러였으며, 캘리포니아는 7.57달러까지 치솟았다.
EIA는 “가격 상승 폭은 제품별로 차이를 보였다”며 “휘발유보다 경유와 항공유 가격 상승이 훨씬 가팔랐다. 이는 중동 지역의 정제유 및 항공유 수출 차질이 해당 시장에 더 큰 영향을 미쳤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여기에 러시아 제재로 인한 대유럽 수출 증가, 미국 북동부 한파에 따른 난방 수요 확대, 트럭 운송 수요 증가 등이 겹치며 정제유 공급 부족이 심화됐다.
정제유와 항공유는 동일한 증류 분획에서 생산되는 특성상 가격이 유사한 흐름을 보이는데, 1분기 역시 정제유 가격 급등이 항공유 가격 상승으로 이어지는 구조가 나타났다.
가격 급등은 정유 산업의 가동률 상승으로 이어졌다. EIA는 “1분기 미국내 정유시설 투입량이 최근 5년 평균을 웃돌았으며, 가동률 역시 높은 수준을 유지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특히 경유 가격 상승에 따른 정제마진 확대가 두드러졌다. 뉴욕 항만 기준 경유 크랙 스프레드는 3월 평균 갤런당 1.42달러로, 최근 5년 평균(0.68달러)의 두 배를 상회하며 2022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는 정유업체들이 높은 수익성을 바탕으로 가동률을 끌어올린 결과로 풀이된다. 더불어 2025년 가을 집중적으로 진행된 정기 보수로 인해 1분기 추가 정비 수요가 감소한 점도 가동률 상승을 뒷받침했다.
◆미국, 중동원유 수입비중 8% 달해 = 한편 미국 역시 중동 원유 공급망과 밀접한 연관관계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EIA에 따르면 2025년 기준 미국은 하루 약 49만배럴의 원유를 중동 걸프 지역에서 수입했다. 이는 미국의 일일 원유수입량 620만배럴의 약 8%를 차지한다.
캐나다산 수입비중 약 65%보다는 적지만 멕시코 비중 7%보다는 높은 수치다. 캐나다·멕시코산 원유가 지리적 접근성에 따른 짧은 운송기간, 오랜 무역관계 등의 이점이 있는 것과 비교하면 중동산 비중이 꽤 높은 수치다.
미국 정유시설은 경질 원유 중심의 자국 생산 구조와 함께 중질·고유황 원유를 일정 부분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실제로 중동산 원유의 88%가 중질 사워유로, 정유 공정에 필수적인 투입 원료다.
이러한 구조 속에서 중동 공급 차질은 원유 가격뿐 아니라 원유 품질 간 가격 역전 현상까지 초래했다.
2025년에는 경질유보다 저렴했던 중질유가 올해 3월 이후 오히려 더 높은 가격에 거래되는 현상이 나타났다. 실례로 4월 7일 기준 중질유인 두바이유는 배럴당 121.86달러이고, 경질유인 서부텍사스원유(WTI)는 112.95달러로 장을 마감했다.
중동산 원유도입 차질로 미국 정부는 3월 전략비축유(SPR)를 방출하며 공급 충격 완화에 나섰다. 이번 방출은 중동에서 공급되던 중유황 원유를 일부 대체하는 역할을 하고 있으며, 걸프 연안 중심의 정유시설 안정화에 기여하고 있다.
다만 서부 해안 지역은 파이프라인 부족으로 해상 수입 의존도가 높아 공급망 충격에 상대적으로 취약한 구조가 유지되고 있다.
이재호 기자 jhlee@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