헝가리 오르반 16년 집권 막 내렸다
신생야당 의석 3분의 2 압승
경제난·부패 피로감이 원인
12일(현지시간) 치러진 총선에서 오르반 총리가 이끄는 여당 피데스는 페테르 마자르의 신생 정당 티서에 의석의 3분의 2를 넘겨주는 완패를 당했다.
AFP·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오르반 총리는 이날 야당에 큰 차이로 뒤처진다는 총선 중간 개표 결과가 나오자 “우리는 통치의 책임과 기회를 부여받지 못했다. 승리한 정당에 축하를 전했다”면서 패배를 인정했다.
승리를 거머쥔 마자르는 소셜미디어를 통해 “고맙다, 헝가리!”라고 짧게 승리를 선언했다. 마자르는 과거 피데스 내부 인사였으나 2024년 결별한 뒤 신당을 창당하며 정치적 대안으로 떠오른 인물이다.
헝가리 국가선거위원회에 따르면, 개표율 98.13% 기준 야당 티서는 전체 199석의 의석 중 138석을 차지하며 압승을 거뒀다.
앞서 최종 목표로 제시한 133석을 웃도는 결과다. 티서는 이번 승리로 정치·사회 시스템 개혁을 독자적으로 추진할 수 있게 됐다. 이에 반해 여당 피데스는 단 55석을 차지하는 데 그쳤다.
오르반은 그동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등 민족주의 성향 지도자들과 긴밀한 관계를 유지해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JD 밴스 부통령을 부다페스트로 보내 지원 유세를 할 정도로 노골적으로 지지했다. 오르반은 유럽연합(EU) 내에서도 이견을 제기하는 목소리를 내며 우크라이나 지원에 반대해왔다. 이런 탓에 이번 총선은 미국·러시아와 EU 간 대리전으로도 주목받았다.
하지만 여론조사에서는 이미 수개월 전부터 오르반이 마자르에게 뒤지는 흐름이 이어졌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전했다. 조사에서 유권자들은 장기 집권 기간 누적된 경제 침체와 각종 스캔들에 대한 피로감을 표출했다.
높은 물가, 의료 투자 부족, 실질임금 감소 등도 민심 이반 요인으로 지목된다. 여기에 피데스 내부 부패 의혹이 확산되면서 일반 국민이 소외되고 있다는 인식이 퍼졌다는 평가다.
헝가리는 일부 지표 기준으로 지난해 EU 27개국 중 가장 낮은 수준의 경제를 기록했으며, 민주주의 후퇴를 이유로 약 170억유로의 EU 지원금도 지급이 보류된 상태다.
김상범 기자 claykim@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