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신문·(사)밥일꿈 공동기획 | 중소기업의 도전
AI가 스스로 공장 운영…인터엑스 ‘완전자율제조’시대 연다
박정윤 대표 “품질 평준화 시대, 원가·효율이 승부 … SDM 기반 제조혁신 필수”
제조 특화 AI·데이터 표준화로 글로벌 경쟁력 확보 … 생산성 2배↑비용 30%↓
제조 인공지능(AI) 및 자율제조 설루션기업 인터엑스를 이끄는 박정윤 대표는 제조업의 미래를 ‘단순 자동화가 아닌 완전한 자율화’로 정의했다.
그는 중국 제조업의 급성장과 독일·일본의 상대적 부진을 지켜보며 “한국도 기존 방식만으론 경쟁력을 유지하기 어렵다”는 위기의식을 느꼈다고 말했다. 이러한 문제의식은 AI를 활용해 제조업의 구조적 한계를 극복해야 한다는 결론으로 이어졌고, 인터엑스 창업의 출발점이 됐다.
◆AI가 설계부터 생산·운영·공급까지 통합 관리 = 박 대표는 제조업이 직면한 가장 큰 변화로 ‘품질경쟁 평준화’를 꼽았다. 과거에는 품질이 경쟁력의 핵심 요소였지만 이제는 국가간 기술격차가 줄어들며 가격과 생산효율이 승부를 좌우하는 시대가 됐다는 것이다.
이러한 전환의 핵심이 바로 인터엑스가 제시하는 ‘자율제조’다. 박 대표는 “기존 스마트공장은 AI를 활용해 문제를 분석하고 인간이 대응하는 구조였다”면서 “자율제조는 설계부터 생산 운영 공급까지 전 과정을 AI가 스스로 판단하고 실행하는 시스템”이라고 소개했다.
그는 이를 SDM(Software Defined Manufacturing)이라는 개념으로 설명했다. 하드웨어 중심의 제조방식에서 벗어나 소프트웨어와 AI, 디지털 트윈을 기반으로 제조공정을 유연하게 설계하고 운영하는 방식이다.
박 대표는 “자율제조 도입효과는 명확하다”며 “제조현장에서 발생하는 연평균 22.6% 수준의 손실을 줄이고, 생산성은 최대 100%까지 향상시키며 불량률과 비용은 각각 30~50%, 20~30% 낮출 수 있다”고 말했다. 생산성 향상도 30~100% 기대된다고 덧붙였다.
납기단축과 탄소배출 감소까지 동시에 달성할 수 있어 생산효율 개선을 넘어 산업전반의 경쟁력 강화로 이어진다. 특히 설비를 24시간 7일 가동하는 완전자율시스템이 구현되면 기존 제조 패러다임 자체가 바뀔 것이라는 설명이다.
◆중국·베트남보다 싼 가격에 테슬라 수주 성공 = 완전자율제조시스템 도입을 통해 생산성과 원가 경쟁력을 동시에 확보한 사례도 제시했다. 자동차 정밀가공품을 생산하는 국내 P사는 연간 약 92만개의 부품을 생산하기 위해 기존에는 4인 1조, 3교대 체제로 총 12명이 24시간 가동해야 했다. 그러나 높은 인건비와 원자재비, 전기요금 등으로 인해 중국·베트남 대비 가격 경쟁력 확보에 어려움을 겪었다.
P사는 자율제조시스템을 도입한 후 생산구조가 크게 바뀌었다. 현재는 AI가 대부분의 작업을 수행하고, 3명이 3교대로 설비를 관리하는 방식으로 운영하고 있다. 그 결과 품질 안정성과 원가절감 효과를 가져왔고 테슬라 독일공장에서 추가 수주로 이어졌다. 기존 매출의 약 두배인 향후 10년간 연간 200억원, 총 2000억원 규모의 계약을 확보했다.
특히 품질은 한층 향상된 반면 가격은 중국 베트남보다 낮게 형성되면서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했다는 평가다. 아울러 기존 인력은 신규 공장으로 재배치하는 방식으로 운영해 별도 구조조정 없이 고용을 유지하고 있다고 전했다. 인터엑스는 한국산업단지공단이 추진하는 스마트 산단 조성 및 산단내 기업의 AI 전환(AX) 컨설팅과 솔루션 도입을 전담하는 파트너기업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이러한 성과는 기업성장으로 이어지고 있다. 인터엑스는 2023년 매출 90억원에서 2024년 148억원으로 급성장했으며, 올해는 200억원 달성을 목표하고 있다. 또 4분기 기술특례 상장도 추진 중이다.
해외매출 비중은 현재 4%에서 2027년 10% 이상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독일 프랑크푸르트와 일본 도쿄에 지사를 설립했으며, 향후 미국과 싱가포르로 사업 거점을 확대할 방침이다.
◆5만건의 제조 관련 문서와 데이터 학습시켜 = 글로벌 확장을 가능하게 하는 핵심 경쟁력은 ‘제조 특화 AI’다. 현재 GPT 등 생성형 AI는 인간이 구축한 데이터에 기반해 작동하지만 제조현장의 상당수 정보는 아직 데이터화되지 않은 상태다.
업계에서는 실제 현장에서 축적된 암묵지와 비정형 정보가 전체의 5%에도 미치지 못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말과 눈빛, 경험을 통해 전달되던 지식이 데이터로 전환되지 못한 결과다.
아울러 산업별로 상이한 용어 체계 역시 AI 적용의 걸림돌로 꼽힌다. 예를 들어 자동차산업에서 사용하는 ‘패널(판넬)’이라는 용어는 일반적 의미와 다르게 쓰이지만 명확한 정의가 정립되지 않아 기존 AI 모델이 정확히 이해하지 못하는 문제가 발생한다. 때문에 산업현장에 특화된 용어와 개념을 체계적으로 정의하고 데이터화하는 작업이 시급하다는 입장이다.
박 대표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 자체적으로 제조특화 파운데이션 모델을 개발했다”고 밝혔다.
약 5만건의 제조 관련 문서와 데이터를 학습시킨 이 모델은 비정형 문서까지 높은 정확도로 해석할 수 있으며, 글로벌 성능평가에서도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특히 독일어 일본어 등 비영어권 언어에 대한 이해도에서도 강점을 보이며 해외 협력 확대의 기반이 되고 있다.
◆엔비디아·MS와 협력…글로벌 기술 생태계 확장 = 박 대표는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자산은 원천 기술”이라고 강조했다. 제조산업에 특화된 데이터를 수집·학습하고 이를 기반으로 AI 모델을 운영하는 과정에서 새로운 알고리즘과 처리방식 등 독자적인 기술확보가 필수적이라는 설명이다.
이러한 원천 기술을 바탕으로 글로벌 기업들과의 협력도 가능해졌다는 평가다. 인터엑스는 현재까지 71건의 특허를 등록했으며, 추가로 64건의 특허를 출원하는 등 기술 경쟁력 강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인터엑스는 AI 개발을 넘어 글로벌 기술 생태계와의 협력도 강화하고 있다. 엔비디아와는 AI 학습 및 추론을 위한 GPU 시스템 최적화 협력을 진행하고 있으며, 이를 기반으로 공작기계가 사람없이 작동하는 자율생산시스템을 개발하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MS) 지멘스 소니 프라운호퍼 IDTA 카테나-X 등 글로벌 기업과도 공동 기술개발과 실증을 병행하며 산업현장에서의 적용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또 독일의 산업 데이터 표준화 기구와 협력해 글로벌 표준을 구축하고 있으며, 국내에서도 정부와 함께 데이터 표준화 작업을 추진하고 있다.
박 대표는 “제조 데이터 표준화의 중요성은 기술문제를 넘어 산업 생태계 전체와 연결된다”며 “동일한 용어와 데이터 구조가 정립되지 않으면 AI가 정확한 판단을 내릴 수 없고 기업간 협업도 어려워진다”고 강조했다.
◆한국, 자율제조 최적지…산업 집적이 경쟁력 = 일자리 감소 우려에 대해서는 선을 그었다. 그는 자율제조가 기존 일자리를 단순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형태의 일자리를 창출한다고 설명했다. AI를 활용하고 의사결정을 수행하는 AX 전문 인력‘ 수요가 증가하며, 한 사람이 수행할 수 있는 업무범위도 확대된다는 것이다.
인터엑스만 하더라도 새로운 매출과 업무가 생기면서 임직원 수가 2023년 72명에서 2025년 170명으로 2.4배 늘었다.
특히 젊은 세대에게는 전례없는 기회가 열리고 있다고 강조했다. 과거에는 한 분야의 전문가가 되기 위해 10년 이상의 경험이 필요했지만 이제 AI를 활용하면 몇 개월 만에 상당수준의 역량을 확보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아이디어와 기획 능력이 중요한 시대”라며 “단순 개발능력을 넘어 시장을 이해하고 서비스를 설계할 수 있는 역량이 경쟁력을 좌우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 대표는 “한국은 자율제조 분야에서 세계적인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최적의 국가”라고 평가했다. 반도체 배터리 자동차 등 다양한 제조산업이 국내에 집적돼 있어 AI 적용과 확산이 용이하기 때문이다.
원자재부터 부품, 완제품까지 전 산업 밸류체인이 국내에 존재하는 구조는 다른 국가에서 쉽게 찾아보기 어렵다. 최근에는 독일기업들이 한국을 방문해 제조 AI 기술을 배우는 사례가 늘고 있다.
인터엑스가 지향하는 목표는 명확하다. 인간의 경험과 노하우를 데이터로 전환하고 이를 AI에 학습시켜 스스로 판단하고 실행하는 제조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다.
박 대표는 “자율제조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라며 “AI 기반 제조혁신이 국가 산업 경쟁력의 핵심 축”이라고 말했다.
이재호 기자 jhlee@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