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 끝나기도 전에 미 IPO 시장에 150억달러 몰려
호르무즈 봉쇄가 복병
반값 공모주, 양극화 심화
미국 IPO 시장에 다시 대형 상장이 줄을 잇고 있다. 앞으로 몇 주 동안 150억달러 넘는 신규 상장이 예고됐지만, 월가는 이란과의 대치가 불안정한 휴전을 언제든 흔들 수 있다는 점을 경계하고 있다.
한꺼번에 쏟아지는 이번 IPO는 미 증시가 위험을 얼마나 소화할 수 있는지를 가늠하는 시험대가 되고 있다.
13일(현지시간) 블룸버그에 따르면, 이번 주 상장에 나선 환기·여과 시스템 업체 매디슨 에어 솔루션스의 22억3000만달러 IPO가 첫 관문이다. 최근 상장주들의 주가 흐름이 들쭉날쭉한 만큼 이 거래의 흥행 여부는 6월로 예상되는 스페이스X 상장은 물론, 뒤따를 대형 상장들의 투자심리를 미리 보여주는 척도가 된다.
휴전 성사 이후 6일 사이 12개 기업이 IPO 서류를 제출했거나 투자자 모집에 들어갔다. 이 가운데 5곳은 이번 주 공모가를 확정할 예정이다. 금요일까지 최대 46억달러를 조달하면, 지난해 12월 메드라인의 72억달러 상장 이후 가장 바쁜 한 주가 된다.
억만장자 빌 애크먼도 폐쇄형 펀드와 헤지펀드 상장을 위한 투자자 모집에 돌입했고, 블랙스톤 투자 기업들도 상장 대열에 합류했다.
불안 요인은 여전하다. 호르무즈 해협 봉쇄가 길어지면 인플레이션 우려가 재점화될 수 있지만, 시장은 아직 이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바클레이스의 존 콜즈는 지금 같은 지정학 환경에선 시장의 짧은 창이 열릴 때 재빨리 움직이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전쟁이 길어지고 유가가 다시 뛰면 IPO 시장도 곧바로 흔들릴 수 있다.
상장 후보군에는 전쟁 충격에 덜 민감한 산업재와 헬스케어가 많다. 기술기업들의 대기 물량은 쌓여 있지만 본격 출격은 하반기로 밀릴 가능성이 크고, 지금은 AI 수혜를 간접적으로 누릴 수 있는 산업재 기업들이 먼저 시장 문을 두드리고 있다.
다만 올해 IPO 수익률이 평균 4.6% 상승했어도, 대형 공모주 절반은 상장 후 주가가 25% 넘게 빠졌다. 급등과 급락이 엇갈리는 양극화가 뚜렷한 만큼, 상장 창구가 열려 있어도 기업과 투자자 모두 가격을 맞추기가 쉽지 않다.
투자은행들은 핵심 투자자를 사전 확보하고, 공모가를 보수적으로 책정하고, 유통 물량을 줄이는 방식으로 흥행 가능성을 높이려 하고 있다. 매디슨 에어도 일부 물량이 사전 소화됐고, 창업자가 1억달러어치 주식을 직접 매입할 계획이다. IPO 창은 다시 열리고 있지만 전쟁과 변동성, 종목별 성과 차이가 동시에 커지는 시장에서 누가 살아남을지는 여전히 불확실하다.
이주영 기자 123@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