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 미국에 호르무즈 역봉쇄 해제 압박

2026-04-15 13:00:06 게재

사우디아라비아가 미국의 호르무즈 해협 역봉쇄 작전 중단을 요구하며 외교적 압박을 강화하고 있다. 이란의 보복으로 홍해 주요 항로까지 차단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3일(현지시간) 사우디가 미국에 호르무즈 해협 봉쇄를 해제하고 협상 테이블로 복귀할 것을 촉구했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해협 봉쇄 조치는 이란 경제에 압박을 가하기 위한 것이지만, 사우디를 포함한 걸프 산유국들은 오히려 확전을 촉발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특히 이란이 홍해 입구인 바브엘만데브 해협까지 차단할 가능성을 가장 큰 위험으로 지목했다.

바브엘만데브 해협은 홍해와 인도양을 연결하는 핵심 해상 통로로, 아시아와 유럽을 잇는 물류·에너지 수송의 관문이다. 이곳이 막힐 경우 사우디의 대체 수출 경로마저 차단될 수 있다. 사우디는 호르무즈 봉쇄 이후 원유를 육상 파이프라인을 통해 홍해 연안으로 우회 수출하며 하루 약 700만배럴 수준까지 물량을 회복한 상태다. 그러나 홍해 출구까지 막히면 이 경로 역시 무력화된다.

이란 측은 이미 대응 가능성을 시사했다. 이란 최고지도자 외교 고문인 알리 아크바르 벨라야티는 “이란은 바브엘만데브를 호르무즈와 같은 방식으로 본다. 백악관이 어리석은 실수를 반복한다면 전 세계 에너지와 무역 흐름은 단 한 번의 신호로도 차단될 수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현실적인 실행 수단으로는 예멘 후티 반군이 꼽힌다. 후티는 이미 가자 전쟁 기간 해당 해협에서 선박 공격을 통해 물류 흐름을 크게 위축시킨 전력이 있다. 미국 싱크탱크 뉴아메리카의 아담 배런 연구원은 “이란이 바브엘만데브를 차단하려 한다면 후티가 가장 명확한 실행 주체이며, 가자 전쟁에서 이미 그 능력을 보여줬다”고 말했다.

현재 후티는 직접 개입을 자제하고 있지만, 이란의 압박이 커지면 다시 전면에 나설 가능성이 제기된다. 후티 측은 바브엘만데브 차단이 “선택지 중 하나”라고 밝힌 상태다.

사우디는 후티로부터 자국 선박 공격을 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받아냈지만 상황이 유동적이라는 점에서 안심하지 못하고 있다. 걸프 지역 당국자들은 이란이 압박을 강화할 경우 후티가 공격뿐 아니라 통행료 부과 등 방식으로 해상 통제를 강화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호르무즈 해협 봉쇄는 단일 해상 통로 문제가 아니라, 홍해까지 확산될 수 있는 ‘이중 병목’ 위기로 번질 가능성이 제기된다. 사우디가 미국에 협상 복귀를 압박하는 배경도 이 같은 연쇄 차단 시나리오에 대한 우려 때문으로 풀이된다.

양현승 기자 hsya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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