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타, 브로드컴과 AI칩 동맹 확대
2029년까지 협력 연장
하이닉스·삼전 수혜 기대
메타가 브로드컴과의 맞춤형 AI 반도체 협력을 2029년까지 연장하며 자체 AI 반도체 전략에 다시 속도를 냈다. 생성형 AI 경쟁이 격화하는 가운데 엔비디아 고가 반도체 의존을 줄이면서도, 앱 전반에 AI 기능을 탑재하기 위한 연산 인프라를 장기적으로 직접 통제하겠다는 포석으로 해석된다.
로이터에 따르면 메타는 14일(현지시각) 브로드컴과의 협력 계약을 2029년까지 연장한다고 밝혔다. 이번 계약에는 1기가와트를 넘는 초기 컴퓨팅 용량 확보 계획이 포함됐다. 미국 가정 약 75만 가구에 전력을 공급할 수 있는 규모다. 양사는 이를 출발점으로 삼아 여러 세대에 걸친 메타의 맞춤형 AI 반도체를 함께 개발하기로 했다.
이번 협력에서 눈에 띄는 부분은 브로드컴 최고경영자 혹 탄의 역할 변화다. 혹 탄이 메타 이사직에서 물러나는 것은 양사 협력이 단순한 반도체 공급을 넘어 장기 맞춤형 AI 반도체 공동 개발로 확대된 데 따른 지배구조 정비로 풀이된다. 이사회에서는 한발 물러나지만 반도체 전략 자문은 계속 맡는 만큼, 양사 협력이 일회성 거래가 아니라 장기 공동설계 체제로 깊어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메타는 그동안 자체 AI 반도체인 MTIA(Meta Training and Inference Accelerator) 개발에 공을 들여왔다. 로이터는 지난 3월 메타가 자체 AI 칩 4종 로드맵을 공개했으며, 현재 사용 중인 칩에 이어 2027년까지 후속 제품군을 순차적으로 출시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이번 브로드컴 계약 연장은 자체 AI 반도체 전략을 대규모 인프라 투자와 공급망 확보로 구체화하는 후속 조치로 볼 수 있다.
배경에는 폭증하는 AI 연산 수요가 있다. 메타와 구글, 아마존 같은 빅테크들은 막대한 비용이 드는 엔비디아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자체 반도체 설계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 흐름 속에서 브로드컴은 고객사 맞춤형 프로세서 개발과 인프라 소프트웨어 공급을 동시에 맡으며 생성형 AI 시대 대표 수혜 기업으로 부상했다. 브로드컴은 이번 협력과 함께 자사 이더넷 네트워킹 기술도 메타 AI 클러스터에 공급한다고 밝혔다.
메타의 AI 인프라 확장 행보는 최근 더 빨라지고 있다. 로이터는 메타가 이달 초 AI 클라우드 업체 코어위브와 210억달러 규모의 추가 계약을 체결했다고 전했다. 자체 칩 개발, 외부 클라우드 확보, 네트워킹 투자까지 동시에 밀어붙이며 AI 경쟁의 핵심인 연산 능력 확보전에 전면 나선 셈이다. 이날 시간 외 거래에서 브로드컴 주가는 3.5% 올랐고, 메타 주가는 큰 변동이 없었다.
메타가 지난달 공개한 차세대 MTIA 구상이 HBM3E 기반으로 알려진 만큼, 이번 계약의 국내 최대 수혜 축은 고대역폭메모리(HBM) 공급망이 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가 가장 직접적인 수혜주로 꼽히고, AI 기판 수요 확대 기대가 걸린 삼성전기·심텍·TLB 등이 그 뒤를 이을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이주영 기자 123@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