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 12년, 책임은 멈췄다

2026-04-15 13:00:31 게재

반복되는 재난에도 입법 지연

도심 집회 “국가 책임” 촉구

세월호 참사 12주기를 앞두고 유가족과 시민사회가 이행되지 않은 국가 약속을 지키라고 촉구하고 나섰다. 참사 이후 10년이 넘는 시간이 지났지만 핵심 제도 개선과 책임 이행이 지연되면서 시민의 생명권이 여전히 위협받고 있다는 지적이다.

4.16세월호참사가족협의회와 4.16연대 등은 15일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 공식 사과 △비공개 기록 전면 공개 △사회적참사특별조사위원회 권고 이행 △기억추모시설 건립 △생명안전기본법 제정 등 ‘6대 핵심 과제’를 제시했다.

이들은 “참사 이후에도 재난 대응 체계 개편이 지연되면서 대형 참사가 반복되고 있다”며 “세월호 이후에도 이태원·오송 등 사회적 재난이 이어지고 있는 것은 구조적 문제가 여전히 해결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참사의 영향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중앙대 의대 연구팀이 세월호 유가족 388명과 일반인 1552명의 진료 이력을 비교한 결과, 유가족의 건강 상태는 시간이 지날수록 악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참사 이후 유가족의 외래진료 횟수는 일반인보다 평균 5회 이상 많았고, 정신과 진료 역시 더 빈번했다. 내분비·대사성 질환과 신경계 질환 발병 비율도 일반인보다 높았다. 재난이 장기적인 정신·신체 건강에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피해자 지원 체계를 장기적으로 설계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교육 현장에서는 안전교육이 확대됐지만 제도적 한계는 여전하다. 교육부는 체험 중심 안전교육을 전국 학교로 확대해 왔지만, 현장에서는 체험학습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사고 책임이 교사에게 집중되는 구조가 여전히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안전교육 강화와 함께 책임 구조 개선이 병행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앞서 11일 서울 도심에서는 약 500명이 참여한 시민대회가 열려 국가 책임 인정과 생명안전기본법 제정을 촉구했다. 참가자들은 비공개 기록 공개와 재난 대응 체계 개편을 요구하며 “국가가 지키지 못한 생명은 계속 늘고 있다”고 밝혔다. 이태원 참사 유가족 등 다른 재난 피해자들도 참여해 문제의 공통성을 강조했다.

결국 핵심은 ‘기억’에서 ‘책임’으로의 전환이다. 추모와 교육은 이어지고 있지만 참사 이후 제기된 국가 책임과 제도 개혁 과제는 여전히 미완 상태다. 세월호 참사가 현재의 안전 정책과 사회 시스템을 점검하는 기준으로 남아 있음에도, 책임 이행은 충분히 뒤따르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재걸·장세풍 기자 spjang@naeil.com

이재걸 기자 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