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500, 7000 돌파로 상승 탄력
엔비디아 19%·기술주 15% 반등 … 은행들 330억달러 규모 자사주 매입
15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S&P500은 15일 기업 실적 호조와 미·이란 평화 합의 기대감에 힘입어 0.8% 올라 처음으로 7000선을 돌파했다. 이 지수는 전쟁 초기와 유가 급등 국면에서 주간 기준 손실을 냈지만,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전쟁이 곧 끝날 것”이라고 공언한 뒤 반등 폭을 키우며 새 고점을 찍었다.
FT는 최근 2주간의 상승이 단순한 안도 반등이 아니라 실적 기대에 기반한 흐름이라고 진단했다. 투자자들이 전쟁 자체보다 향후 기업 이익의 방향성에 더 주목하고 있다는 것이다. 최근 장세는 대형 기술주가 주도했다. S&P500은 3월 30일 저점 대비 10% 넘게 올랐고, 기술주는 같은 기간 15% 이상 상승했다. 엔비디아는 19% 급등했다.
중동 전쟁이 격화하자 S&P500은 1월 고점 대비 약 10% 후퇴했고, 유가 급등에 연방준비제도(연준)의 금리 인상 우려도 다시 고개를 들었다. 그러나 미국이 다른 지역보다 에너지 충격에 덜 취약하다는 평가가 반등의 발판을 마련했다. 지난 한달간 미국 주식형 펀드에는 1110억달러(약 166조5000억원) 넘는 자금이 유입된 반면, 유럽과 아시아에서는 자금이 이탈했다. 뱅크오브아메리카 설문에서도 글로벌 펀드매니저들이 4월 들어 미국 자산과 기술주 비중을 늘리고 일본·유로존 비중을 줄인 것으로 나타났다.
주가 반등과 발맞춰 월가 대형 은행들은 공격적인 주주환원에 나섰다. JP모건체이스·골드만삭스·씨티그룹·뱅크오브아메리카·모건스탠리 등은 1분기 자사주 매입에 총 330억달러(49조5000억원)를 쏟아부었다. 시장 예상치를 크게 웃도는 규모다. JP모건·골드만삭스·씨티그룹은 사상 최대 수준의 자사주를 사들였고, 뱅크오브아메리카와 모건스탠리도 수년 만의 최대 규모 매입을 단행했다.
배경에는 트럼프 행정부의 규제 완화가 자리한다. FT는 금융위기 이후 가장 강도 높은 규제 완화로 은행들이 자본을 쌓기보다 대출과 주주환원에 돌릴 여력이 커졌다고 전했다. 연준도 지난달 대형 은행 자본 규제를 약 5% 낮추는 방안을 내놨다. 여기에 지정학적 불안이 키운 시장 변동성이 거래 수익 확대로 이어지면서, 대형 은행들의 자사주 매입을 더욱 부추겼다.
JP모건은 1분기에만 83억3000만달러를 자사주 매입에 투입했고, 씨티그룹 63억달러, 골드만삭스 50억달러, 뱅크오브아메리카 72억달러, 웰스파고 40억달러, 모건스탠리 17억5000만달러가 각각 뒤를 이었다. FT는 이 같은 자금 재배치로 은행들의 위험가중자산 대비 자기자본 비율이 낮아졌으며, 특히 골드만삭스의 하락 폭이 두드러졌다고 전했다.
결국 시장은 전쟁과 유가 충격보다 미국 기업의 이익 체력과 기술주 랠리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S&P500의 사상 최고치 경신과 월가 은행들의 기록적 자사주 매입은, 미국 자산 선호가 다시 강해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주영 기자 123@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