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국채시장 약한 고리 영국·이탈리아·프랑스

2026-04-16 13:00:02 게재

부채 100% 넘어 국채 급락전쟁·고유가·재정부담 확대

중동 전쟁 여파로 글로벌 채권시장이 흔들리는 가운데, 영국·이탈리아·프랑스 등 이른바 ‘BIF’ 국가들이 국채 시장의 새로운 취약 고리로 부상하고 있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정부 부채가 100%를 웃도는 이들 국가를 중심으로 금리가 급등하며 투자자들의 매도세가 집중되는 모습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15일(현지시간) 보도에서 영국·이탈리아·프랑스를 가리켜 “유럽 국채시장의 새로운 문제 국가”로 지목했다. 이는 과거 유럽 재정위기 당시 ‘PIIGS(포르투갈·이탈리아·아일랜드·그리스·스페인)’에 빗댄 표현으로, 현재 시장에서는 이들 3개국이 가장 큰 압력을 받고 있다는 의미다.

실제 중동 전쟁 발발 이후 이들 국가의 국채 금리는 주요국 가운데 가장 큰 폭으로 상승했다. 10년물 기준 영국과 이탈리아 국채 금리는 각각 최소 0.5% 이상 상승했고, 프랑스 역시 0.45% 올랐다. 같은 기간 독일 국채 금리 상승폭은 0.38%에 그쳤다.

금리 급등의 배경에는 고유가와 인플레이션 우려가 자리 잡고 있다. 전쟁 장기화로 에너지 가격이 높은 수준을 유지할 경우, 방위비와 에너지 투자 확대가 불가피한데 이미 재정 여력이 부족한 국가일수록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영국 자산운용사 로열런던자산운용의 금리·현금 부문 책임자 크레이그 인치스는 “처음부터 재정 여력이 부족한 국가일수록 더 큰 압박을 받게 된다”고 말했다.

특히 영국은 가장 취약한 국가로 꼽힌다. 브렉시트 이후 성장 둔화와 재정 부담이 누적된 가운데, 2022년 리즈 트러스 전 총리의 감세 정책 발표로 촉발된 ‘길트(영국 국채) 시장 위기’의 후유증이 아직 남아 있기 때문이다. 실제 영국은 최근 150억파운드 규모 국채 발행에서 4.91% 금리를 지급했는데, 이는 2008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이탈리아 역시 막대한 국가 부채가 구조적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으며, 프랑스는 재정 적자 확대와 정치 불안이 금리 상승 요인으로 지목된다. 프랑스 10년물 금리는 최근 약 3.89%까지 오르며 금융위기 이후 최고 수준에 근접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매도세가 단순한 일시적 충격이 아니라 구조적 취약성에 기반하고 있다고 본다. 영국 자산운용사 트웬티포자산운용의 펀드매니저 고든 섀넌은 “이미 부채 비율이 높은 상황에서 추가 지출이 필요해지면 재정 압박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시장에서는 이들 국가 국채가 점점 하나의 그룹처럼 움직이고 있다는 점도 주목하고 있다. 실제 영국과 이탈리아 국채 금리의 상관관계는 최근 수십년 사이 가장 높은 수준까지 올라갔다. 피델리티인터내셔널의 펀드매니저 마이크 리델은 “두 국가는 재정 취약성 측면에서 비슷하게 인식되고 있다”고 말했다.

결국 중동 전쟁이 촉발한 고유가와 재정 확대 압박이 맞물리면서, 유럽 내에서도 ‘부채 취약국’에 대한 시장의 선별적 압박이 본격화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특히 영국의 경우 과거 금융시장 불안 경험까지 겹치며, 향후 국채 시장의 변동성이 가장 크게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양현승 기자 hsya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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