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관리용품 구입하면서 이웃과 수다떤다
광진구 60세 이상 위한 ‘천천히 편의점’
손톱 다듬고 마사지 … 동네 사랑방 역할
“지팡이를 볼 수 있을까요? 지금 사용 중인 게 있는데 다른 건 어떨까 해서요. 키는 170㎝ 정도입니다.” “저랑 비슷하시겠네요. 높이는 이 정도 조절하시면 될 것 같구요. 한번 짚어보시겠어요?”
서울 광진구 중곡동 골목의 한 점포. 의료용품 전문점도 아닌데 좁은 공간에 지팡이부터 성인용 기저귀, 체온계 등 각종 물건이 한가득이다.정인기 광진시니어클럽 관장이 “지나는 길에 들렀다”는 주민을 맞아 세세하게 설명을 한다.
한편에서는 자양동 주민 김순자(72)씨와 송윤자(70)씨가 언제 찾아올 지 모르는 방문객들을 위해 마사지 기기와 손톱 관리 용품을 정돈하고 있다. 광진구가 60세 이상 노년층 주민들을 위해 지난달 문을 연 ‘광진 천천히 편의점’이다.
15일 광진구에 ‘천천히 편의점’은 노년층 주민들 일상 편의를 높이고 정서적 교류를 확대하기 위한 생활밀착형 공공 편의공간이다. 고령 인구가 증가하면서 복지 수요가 다양해지는 가운데 일상에서 꼭 필요하지만 쉽게 구하기 어려운 물품을 한곳에서 구입할 수 있도록 해 생활불편을 줄인다는 취지로 마련했다.
병원과 요양시설에 입원할 때 필요한 물품을 담은 ‘입원 꾸러미’부터 눈길을 끈다. 양말 슬리퍼 물병 칫솔·치약 등을 아예 작은 배낭에 담아 놓았다. 즉시 메고 갈 수 있다. 정인기 관장은 “간호사실에서 필요한 물품을 얘기해주긴 하는데 여러 곳을 방문해야 한다”며 “본인이나 배우자가 사용할 용품을 직접 구입하기 원하는 어르신들을 위해 준비했다”고 설명했다.
미끄럼 방지 양말·신발과 지팡이 등 일상생활 지원용품, 성인용 기저귀와 전동 손톱깎이 등 의생·청결 관리 용품, 찜질팩 체온계 혈당측정기 등 건강관리·의료보조 용품도 있다. 실제 노년층 수요를 반영해 품목을 구성했다. 품목마다 차이는 있지만 시중가보다 10% 가량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다.
눈이 침침해 손톱을 깎기 어렵거나 혼자 이물질 등 위생 관리가 어려운 주민을 위해서는 개인위생 서비스를 제공한다. 손·목·어깨 마사지 기기가 비치돼 있어 물품을 구매하지 않더라도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다. 차와 간단한 간식도 구비해 놓았다. 생선구이 칼국수 등이 담긴 음식 꾸러미는 각 동에서 추천한 취약계층에게 나눠준다.
사전에 교육을 받은 노인 일자리 참여자들이 동년배를 돕는다. 노인역량활용사업단 3개 조가 3명씩 짝을 지어 교대 근무를 한다. 손톱을 다듬고 영양제를 발라준 뒤 간단한 마사지를 한다. 구는 “일자리 창출과 함께 노인이 노인을 돌보는 ‘노(老)-노(老) 케어’ 효과가 있다”고 설명했다.
참여자들은 이웃을 지원할 수 있다는 점을 반긴다. 송윤자씨는 “70년 평생에 처음 손 관리를 받는다며 너무 행복해하는 어르신을 봤다”며 “일을 하면서도 보상을 받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김순자씨는 “서비스 받고 즉석에서 친구들에게 추천 전화를 하거나 다음에 친구들과 함께 오는 분도 있다”며 “감사하다는 인사를 들을 때마다 나와서 일하는 게 너무 좋다”고 전했다.
광진구는 단순한 물품 판매를 넘어 생활지원과 휴식·소통 기능을 결합한 공공형 생활복지 거점으로 자리매김하도록 할 계획이다. 주민들 호응을 살펴 확대할 구상도 있다.
김경호 구청장은 “어르신 인구 증가에 따라 생활 속에서 체감할 수 있는 복지 수요도 함께 확대되고 있다”며 “천천히 편의점이 필요한 도움을 편안하게 얻고 이웃과 소통할 수 있는 지역의 따뜻한 공간으로 자리잡도록 지속적으로 지원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김진명 기자 jmkim@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