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 협력업체 근로자 “일부 직고용 해야”

2026-04-16 00:00:00 게재

대법, 일부 파견 인정…포스코 지휘·명령 종속

냉연제품 포장 업무 근로자는 파견 인정 안돼

포스코, 4월 8일 약 7000명 직고용 방침 발표

포스코 사내 협력업체 직원들이 제기한 근로자 지위 확인 소송에서 대법원이 근로자들의 업무에 따라 달리 판단했다. 선박 접안과 원료의 하역, 운반 등 업무 등 제철소 업무의 연장선에 있는 업무를 담당한 근로자들은 파견 근로가 인정돼 직고용해야 한다. 하지만 냉연제품 포장 업무를 수행한 원고들은 파견 근로관계가 인정되지 않는다고 판단해 직고용 대상에서 제외됐다. 또 정년이 지난 근로자들도 패소했다.

포스코 사내 협력업체 직원 200여명이 제기한 근로자 지위 확인 소송에서 대법원이 근로자들의 손을 들어줬다. 파견 근로가 인정돼 포스코가 이들 협력업체 직원들을 직고용해야 한다는 판단이다.

대법원 1부(주심 신숙희 대법관)는 16일 오전 포스코 포항·광양제철소 내 협력업체 소속 근로자 223명이 제기한 2건의 근로자 지위확인 소송의 상고심에서 일부 원고 승소, 일부 원고 패소 판결했다.

대법원은 “정년을 도과한 원고의 근로자지위확인청구에 대한 부분은 직권으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제1심 판결을 취소하여 이 부분 소를 각하했다”며 원고 패소 판결했다. 이어 “나머지 원고들에 대하여는 근로자파견관계의 성립을 인정한 원심판단을 수긍해 피고의 상고를 기각했다”며 원고들의 근로자 파견관계를 인정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냉연제품 포장 업무를 수행한 원고들의 청구는 ‘제출된 증거만으로는 위 원고들이 피고로부터 지휘·명령을 받는 근로자파견관계에 있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며 원심을 파기·환송하고, “나머지 원고에 대하여는 근로자파견관계의 성립을 인정한 원심판단을 수긍한다”며 피고의 상고를 기각했다

포스코 사내 협력업체 근로자들의 지위확인 소송은 지난 2011년부터 이어졌다. 근로자 총 933명이 모두 7건의 소송을 제기했으며, 이 중 1·2차 소송은 지난 2022년 7월 대법원에서 근로자들이 승소했다. 이날 선고된 소송은 3·4차 소송이다.

이번 소송의 쟁점은 협력업체 근로자들이 제철소 내에서 했던 업무가 ‘파견’인지, ‘도급’인지 여부다.

이들의 업무가 실질적으로 포스코의 지휘·명령 계통에서 이뤄졌는지가 핵심 판단 기준이다. 협력업체들이 독자적으로 근로조건 등의 결정권을 행사하지 못하고, 포스코에 종속돼 있었는지 여부도 기준이다.

앞서 2건의 소송을 심리한 2심 법원인 광주고등법원은 “파견법 개정 전 사용 2년을 이미 초과한 16명은 근로자 지위를 확인하며, 나머지는 포스코가 고용의 의사를 표시하라”면서 원고 승소 판결을 선고한 바 있다.

반면 포스코측은 두 건의 소송에서 모두 소송을 낸 근로자들의 업무는 파견이 아닌 도급이라고 주장했다.

근로자들이 일하도록 실질적으로 지휘하고 명령한 주체는 자신들이 아닌 각 협력업체라는 이야기다.

협력업체가 근로자들을 직접 고용하고 근태 등의 결정권을 독자적으로 행사할 뿐만 아니라, 협력업체에 맡긴 업무는 단순 반복 성격이 아닌 포스코 소속 근로자들의 업무와 구별되는 전문적 업무라는 것이다.

그러나 2심은 포스코가 사실상 협력업체 근로자와 파견계약을 맺은 것에 해당한다며 이런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포스코가 협력업체들을 분사시키거나 업무를 외주화하면서 제시한 작업표준서의 양식을 수시로 통제한 점, MES(생산관리시스템)에 따라 세부 작업을 통제해 왔던 점, 업체들을 KPI(주요성과지표)로 평가해 온 점 등을 고려했다.

최소한 포스코가 소송을 낸 근로자들에게 상당한 지휘 또는 명령을 해 왔다고 봄이 타당하다는 취지다.

포항·광양제철소가 재료 투입부터 철강 제품 생산까지 모두 수행할 수 있는 일관제철소라는 특성도 고려했다. 협력업체 근로자들의 업무와 본사 소속 근로자들의 업무가 분리될 수 없다는 이야기다.

하지만 대법원은 근로자들의 업무 특성에 따라 달리 판단해 일부 원고 승소, 일부 원고 패소 판결했다.

한편 포스코는 지난 4월 8일 포항·광양제철소 협력업체 직원 약 7000여명을 직접 고용하겠다고 밝혔다.

포스코는 기존 정규직 생산(E) 직군 외에 ‘시너지(S) 직군’을 새로 만들어 전체 협력업체 근로자 1만5000여 명 중 절반 정도를 직고용하겠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협력업체 직원측은 처우가 기존 정규직과 다를 것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포스코 사내하청 노조 광양·포항지회의 상위 단체인 금속노조는 지난 8일 성명을 내고 “불법파견 소송을 제기해 온 금속노조 포스코사내하청지회(광양·포항) 노동자와 어떠한 합의나 협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추진하고 있다”며 “정규직의 반토막 임금을 적용받는 말뿐인 정규직으로 전환하겠다고 일부 하청 노동자를 대상으로 설명회를 진행했다”고 주장했다.

김선일 기자 si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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