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분에 200억달러…트럼프 ‘딜 외교’ 설계자 잠폴리
접근권·인맥으로 거래 성사외교와 사업 경계 흐려져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대외 전략이 ‘거래 중심 외교’로 재편되는 가운데, 이를 실무에서 구현하는 핵심 인물로 이탈리아 출신 외교 특사 파올로 잠폴리가 부상하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16일(현지시간) 보도에서 잠폴리를 “트럼프를 글로벌 딜 머신으로 만든 인물”로 조명했다.
잠폴리는 스스로를 “20분에 200억달러”라는 구호로 소개한다. 그는 FT 인터뷰에서 “내 최우선 상사는 미국 대통령이다. 나는 백악관, 상무부, 미 전쟁부(국방부)로부터 지시를 받는다… 미국 우선주의를 추진하는 일이라면 무엇이든 한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JD 밴스 부통령과 함께 헝가리를 방문해 원자력 에너지 판매 계약을 추진했으며, 몇 달 전에는 우즈베키스탄에서 항공기 판매 협상을 진행했다. 잠폴리는 “나는 사실상 보잉의 세계 2위 영업사원이 됐다… 무보수지만 사실이다”라고 주장했다. 다만 보잉 측은 이를 확인하지 않았다.
특히 우즈베키스탄 사례는 그의 ‘딜 방식’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잠폴리는 초기 40억달러 규모 제안을 거절하며 “6억달러 같은 작은 금액으로 상사에게 전화하지 않는다… 500억달러를 원한다”고 압박했고, “몇 시간 안에 200억달러 합의에 도달했다”고 주장했다.
다만 실제로는 2025년 9월 우즈베키스탄 항공이 80억달러 이상 규모로 항공기 22대를 구매하기로 한 수준이며,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협상을 마무리했다는 것이 미 국무부 설명이다.
잠폴리의 핵심 역할은 ‘접근권’을 활용한 중개다. 그는 “사람들은 나를 보면 원하는 것이 있다. 대통령에게 접근하고 싶어 한다”며 “나는 이렇게 말한다. ‘보잉을 사라.’ 대통령을 기쁘게 하는 가장 쉬운 방법”이라고 했다.
이 같은 방식은 외교와 사업의 경계를 흐리고 있다는 평가를 낳고 있다. FT는 트럼프 행정부가 충성도 높은 인물을 비공식 중개자로 활용하면서, 외교·상업·사적 네트워크가 뒤섞이는 구조가 형성됐다고 분석했다.
잠폴리는 원래 뉴욕 사교계 인물로 모델 에이전트 출신이다. 그는 1998년 패션 행사에서 멜라니아 트럼프와 트럼프 대통령을 소개했다고 주장해왔다. 이후 그는 글로벌을 오가는 ‘비공식 외교 채널’로 자리 잡았다.
다만 그의 영향력은 논란도 낳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잠폴리가 전 파트너와의 분쟁 과정에서 미국 이민당국에 영향력을 행사했을 가능성을 제기했으며, 해당 여성은 결국 추방됐다. 잠폴리는 “부정확하고 정치적 동기”라며 이를 부인했다.
FT는 잠폴리를 통해 드러난 트럼프식 외교의 특징을 “비공식적이고, 인물 중심이며, 거래에 집중된 병행 외교”라고 평가했다. 국가 외교와 영업 활동의 경계가 사실상 무너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양현승 기자 hsyang@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