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 공포에서 실적 장세로…옵션시장 배팅 변화

2026-04-20 13:00:44 게재

휴전 기대·실적 시즌 겹쳐하락보다 급등이 더 두렵다

중동 전쟁 확산을 우려하며 방어에 집중하던 글로벌 투자자들이 다시 기업 실적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유가 급등과 경기 침체 가능성에 대비해 주가지수 하락에 베팅하던 자금이 빠르게 줄고, 대신 마이크로소프트(MSFT), 메타 플랫폼스(META) 등 대형 기술주의 실적 발표를 앞두고 상승 가능성에 베팅하는 움직임이 강해지고 있다.

블룸버그는 19일(현지시간) 옵션 시장의 관심이 거시 변수에서 개별 기업으로 이동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최근까지 투자자들은 이란과의 충돌, 호르무즈 해협 봉쇄 우려, 국제유가 급등 가능성에 대응하기 위해 S&P500 지수 풋옵션이나 변동성지수(VIX) 콜옵션을 매수하며 시장 전체 하락에 대비했다.

하지만 휴전 연장과 미국·이란 협상 기대감이 커지면서 분위기가 빠르게 바뀌었다. 국제유가는 전쟁 초기 급등분을 상당 부분 되돌렸고, 주식과 채권 시장의 내재 변동성도 전쟁 이전 수준에 가까워졌다. 이에 따라 투자자들의 관심은 “시장이 무너질까”에서 “어떤 기업이 실적 발표 후 크게 움직일까”로 옮겨가고 있다.

특히 이번 실적 시즌의 중심에는 대형 기술주들이 있다. 옵션 시장은 이른바 ‘매그니피센트7’ 종목들의 실적 발표 이후 평균 5.6% 수준의 주가 움직임을 예상하고 있다. 이는 단순히 실적이 좋고 나쁨을 맞히는 것이 아니라, 발표 이후 얼마나 큰 폭으로 움직일지를 거래한다는 의미다.

예를 들어 실적이 예상보다 좋더라도 이미 기대가 높으면 주가는 오히려 하락할 수 있다. 반대로 실적이 다소 부진해도 시장 우려보다 나으면 급등할 수도 있다. 그래서 옵션 투자자들은 방향보다 변동성 자체에 더 집중한다. 특히 최근에는 ‘디스퍼전(분산) 거래’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 이는 개별 종목의 변동성은 사고, 지수 전체의 변동성은 파는 전략이다. 쉽게 말해 시장 전체는 크게 움직이지 않더라도 종목별 차이는 커질 것이라는 데 베팅하는 방식이다. 실적 시즌은 이런 전략이 가장 잘 작동하는 시기로 꼽힌다.

JP모건은 이번 실적 시즌을 앞두고 디스퍼전 거래를 가장 확신이 높은 전략 가운데 하나로 제시했다. 실제로 지난 분기에는 마이크로소프트와 메타 플랫폼스가 실적 발표 직후 큰 폭의 주가 변동을 보이며 이런 전략의 수익성을 높였다. 뱅크오브아메리카의 라파엘 시나 글로벌 구조화 책임자는 “가장 고통스러운 시나리오는 시장이 더 오르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많은 투자자들이 최근 반등 초기에 충분히 주식을 사지 못했기 때문에, 하락보다 오히려 급등을 더 두려워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결국 지금 옵션 시장의 질문은 “전쟁 때문에 시장이 무너질까”가 아니다. “이번 실적 발표에서 누가 가장 크게 뛸까”가 더 중요해졌다. 실적 시즌이 다시 시장의 중심으로 돌아오고 있다.

양현승 기자 hsya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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