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휴전 중에도 해상봉쇄 확대 승부수

2026-04-24 13:00:02 게재

유조선 나포·호르무즈 봉쇄 강화

협상 압박에 이란은 결속·방공 대응

미국과 이란의 휴전 국면이 이어지는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해상봉쇄를 한층 강화하며 대이란 압박 수위를 끌어올렸다. 이에 맞선 이란 역시 내부 결속과 군사 대응 태세를 강화하면서 중동 정세가 다시 긴장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다.

미 전쟁부는 23일(현지시간) 인도양에서 이란산 석유를 운송하던 유조선 ‘머제스틱X’에 대해 해상 차단 작전을 벌여 승선 검사를 실시했다고 밝혔다. 전쟁부는 직접적으로 ‘나포’라는 표현을 쓰지 않았지만 주요 외신들은 사실상 억류 작전으로 해석했다.

미국은 지난 21일에도 중국으로 향하던 제재 대상 유조선 ‘티파니호’를 붙잡은 바 있다. 불과 이틀 사이 유사 작전이 연이어 진행되면서 미국이 호르무즈 해협을 넘어 인도양까지 봉쇄 범위를 넓히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란의 원유 수출 통로를 전방위로 차단해 협상장으로 끌어내려는 의도로 읽힌다.

호르무즈 해협에서도 압박은 거세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기뢰 부설선을 격침하고 기뢰 제거 작전 규모를 세 배로 확대하라고 지시했다. 세계 원유 수송의 핵심 통로인 호르무즈를 완전히 장악하겠다는 의지다.

미국의 계산은 분명하다. 군사 충돌을 전면 재개하지 않더라도 경제적 숨통을 조이면 이란이 결국엔 미국이 요구하는 비핵화 조건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는 판단이다.

이런 전략이 실제 협상 재개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미국 언론들은 오히려 이란 내부 강경파의 입지만 키울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이란은 강경 대응에 나섰다. 이날 이란 관영 매체들은 수도 테헤란 동·서부에서 방공 미사일 발사음이 들렸고 여러 지역에서 적대적 공중 목표물을 요격하기 위해 방공 시스템이 가동됐다고 보도했다. 구체적인 표적은 확인되지 않았지만 휴전 이후에도 수도 상공의 긴장이 여전함을 보여주는 장면이다.

이스라엘도 재충돌 가능성을 공개적으로 언급했다. 카츠 이스라엘 국방장관은 “이란과의 전쟁 재개 준비를 마쳤으며 미국 승인을 기다리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이란 지도부 제거와 에너지·전력 시설 타격까지 거론하며 이전보다 더 강력한 공격을 예고했다.

이란 지도부는 국민 결속을 호소하며 맞섰다. 아야톨라 모즈타바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는 “국민의 단결이 적 내부를 분열시키고 있다”고 주장했고, 마수드 페제시키안 이란 대통령과 아바스 아라그치 외무장관도 일제히 “이란은 하나로 뭉쳐 있다”고 강조했다.

결국 일시 휴전이 평화로 이어질지 더 큰 충돌을 준비하는 숨 고르기에 그칠지는 미국의 압박과 이란의 버티기 사이에서 결정될 전망이다.

정재철 기자 jcju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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