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 박표진 한국학점은행평생교육협의회 회장

외국인 유학생과 이민정책

2026-05-07 13:00:25 게재

대한민국은 이미 초고령사회에 진입했다. 초저출산에 따른 생산가능인구 감소와 지방소멸은 축소사회 대응 전략을 요구하고 있다. 그중 핵심 과제가 이민정책이다. 최근 국내 외국인 유학생이 32만명을 넘어서면서 유학생을 단순 교육 대상이 아닌 장기 체류 가능 인력으로 활용해야 한다는 논의도 커지고 있다. 유학생은 청년층 중심 인력이라는 점에서 지역사회와 산업현장에 안정적으로 정착할 가능성이 높고, 지역경제 활력 회복 측면에서도 중요한 자원으로 평가받고 있다.

유학생 시대, 정책 전환

그러나 현실은 기대와 다르다. 일부 대학의 무분별한 유학생 유치와 부실 관리로 학업을 중도 포기하거나 불법체류 상태로 전락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 졸업 후에도 취업으로 연결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지방 제조업과 돌봄 분야 등에서는 인력난이 심화되고 있지만 유학생 정책은 산업현장 수요와 제대로 연결되지 못하고 있다.

법무부는 지난 3월 ‘2030 이민정책 미래전략’을 발표하고 외국인 유학생 정주 여건 확대와 질적 성장 방안을 제시했다. 이어 ‘외국인 유학생 비자제도 개선 협의회’를 출범시켜 새로운 비자 정책 방향 논의에도 착수했다. 환영할 만한 조치다. 다만 현재 정책은 고등교육법상 전문대학 이상 교육기관 중심으로 설계돼 있어 산업현장 수요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산업현장과 정책 미스매칭

그 결과 외국인 유학생은 특정 학과에 편중돼 있다. 2025년 한국교육개발원 통계에 따르면 외국인 유학생의 63.9%가 인문·사회·언어·한국학 계열에 집중돼 있으며 공학·자연과학 비중은 26.7%에 그쳤다. 산업현장에서 요구하는 기술·실무 인력 양성과 유학생 정책 사이에 구조적 미스매칭이 나타나고 있는 셈이다.

최근 법무부가 기술 분야 전문대학 졸업자를 우대하는 비자 정책을 추진하고 있지만 일부 대학 중심 시범 운영에 머물고 있어 효과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따라서 산업현장 수요와 직접 연결된 실무·기술 중심 교육기관까지 유학생 정책 범위를 확대할 필요가 있다.

직업전문학교 활용 대안

대안 가운데 하나가 학점은행제 직업전문학교 활용이다. 기존 대학이 학문·이론 중심이라면 직업전문학교는 산업현장에서 즉시 활용 가능한 실무·기술 교육에 강점이 있다. 특히 지역 산업 수요와 연계한 맞춤형 인력 양성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유학생 정책의 미스매칭을 보완할 수 있다.

학점은행제는 내년 출범 30년을 맞는다. 지금까지 교육부장관이 인정한 125만명의 학위 취득자를 배출했고 전국 39개 고용노동부 인가 직업전문학교에서는 실용 직업기술과 K-컬처 관련 교육을 운영하고 있다. 그러나 현재는 사설교육기관 연수생 비자(D-4-6)를 통한 제한적 운영만 가능해 까다로운 비자 조건과 취업 제한 등으로 사실상 활용도가 낮은 상황이다.

물론 직업전문학교를 유학생 정책에 포함하기 위해서는 법령 정비와 관리 인프라 구축이 필요하다. 그러나 △ 외국 인력 수요 분야 지정 △ 인프라를 갖춘 교육기관 시범 선정 △ 사후 평가 체계 구축 등을 병행한다면 직업전문학교는 생산가능인구 감소와 지역 산업 인력난에 대응할 수 있는 현실적 대안이 될 수 있다. 이제는 유학생 정책도 단순 유치 경쟁을 넘어 산업 수요와 정착 가능성을 함께 고려하는 방향으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