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주사기 사재기에 강경 대응

2026-05-08 13:00:02 게재

식약처 2차 집중 단속서도 적발…경찰 수사 착수

이재명 대통령 “30억원 벌고 1억원 벌금으론 안돼”

주사기 매점매석 의혹 업체들에 대한 경찰 수사가 본격화됐다. 정부는 단순 벌금이나 고발 수준을 넘어 현장 몰수와 추징 강화까지 검토하면서 대응 수위를 높이고 있다. 중동전쟁 이후 의료물자 공급망 불안 우려가 커지는 상황에서 의료 현장 필수 물자의 유통 질서를 국가가 직접 관리하겠다는 기조가 강해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경찰청은 7일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추가 고발한 업체 10곳 사건을 각 시·도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에 배당하고 신속 수사에 착수하도록 지시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불법 유통으로 얻은 이익에 대해 기소 전 추징보전도 적극 추진할 방침이다. 유통 경로와 특정 구매처 간 거래 구조, 조직적 사재기 여부 등에 대한 수사도 확대될 가능성이 나온다.

경찰은 앞서 식약처의 1차 특별단속 결과 고발된 업체 4곳에 대해서도 이미 수사에 착수한 상태다. 당시 단속에서는 약 13만개 주사기를 보관하면서 판매하지 않거나 특정 거래처에 월평균 판매량의 59배 수준인 62만개를 공급한 사례 등이 적발됐다. 경찰은 식약처 등 관계기관과 협력해 유통 과정 전반에 대한 점검과 첩보 수집도 강화할 계획이다.

식약처는 지난달 27~30일 실시한 2차 특별단속 결과 주사기 매점매석 금지 고시를 위반한 판매업체 34곳(57건)을 적발했다. 이 가운데 반복 위반 업체 등을 포함한 10곳은 고발 조치했다.

위반 유형별로는 월평균 판매량의 150%를 초과해 5일 이상 보관한 사례가 8건, 월평균 판매량의 110%를 초과 판매한 사례가 12건, 동일 구매처 과다 공급이 31건, 자료 미보고 사례가 6건이었다. 일부 업체는 반복 위반 정황도 드러났다. 한 업체는 앞선 단속에서 적발된 뒤에도 특정 구매처에 월평균 판매량의 35배 수준까지 공급하다 다시 적발됐다.

또 다른 업체는 보관 기준과 판매 기준, 동일 구매처 과다 공급, 자료 미제출 등 네 가지 기준을 모두 위반한 것으로 조사됐다.

유통업계에서는 반복 적발 배경으로 기존 처벌 방식의 한계를 지적한다. 한 업계 관계자는 “적발되더라도 경제적 이익이 훨씬 크기 때문에 단속 효과가 떨어지는 것”이라며 “매점매석을 막기 위해서는 불법이익 자체를 차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2020년 코로나19 대유행 당시 마스크 매점매석, 2021년 요소수 부족 사태 때 일부 업자들의 사재기 논란 등이 반복됐다.

지난달 29일 광주광역시 북구 한 주사기 판매업소에서 북구보건소 직원들이 주사기 재고량을 확인하고 있다. 사진 광주 북구청 제공
정부도 반복 적발 사례가 이어지는 배경을 기존 벌금·추징 중심 대응의 한계로 보고 있다. 불법 이익 규모가 처벌 수준을 웃돌 경우 억제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6일 국무회의에서 “시장 질서에 혼란이 오거나 물량이 묶이게 되더라도 매점매석 물량은 몰수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30억원을 벌었는데 벌금 1억원을 내는 방식으로는 제재 효과가 없다”며 “현재 제도로 가능한지 살펴보고 필요하면 시행령을 만들거나 법률을 바꿔서라도 조치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매점매석을 하면 단속과 처벌만 했지 몰수는 하지 않았던 것 같다”며 “명확한 방침을 시장에 알려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실용적이고 실효적으로 접근해야 한다”며 “주사기 10만개를 몰수한다고 시장이 큰 충격을 받겠느냐”고 말했다. 앞서 이 대통령은 지난달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도 주사기 매점매석을 “공동체 위기를 이용한 반사회적 행태”라고 규정하며 강경 대응 방침을 밝힌 바 있다.

정부는 기존의 사후 벌금·추징 중심 제도 대신 현장 몰수와 불법이익 환수 중심 체계로 대응 방향을 바꾸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전문가들은 매점매석 문제가 단순 가격 교란을 넘어 의료안보와 공급망 안정 문제로 번지고 있다고 분석한다. 주사기는 병원 진료와 백신 접종, 응급 의료 등에 사용되는 필수 의료물자다. 중동전쟁 이후 원자재와 물류 불안 우려가 커지면서 일부 유통업체와 구매처 사이에서 사재기 움직임이 나타났다는 분석도 나온다.

정부의 시장 개입 범위와 몰수 기준을 어디까지 설정할지를 둘러싼 논쟁도 이어질 전망이다.

장세풍 기자 spja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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