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의 눈
세수 챙기고 청소년 내준 전자담배입법
합성니코틴 액상형 전자담배가 법적 ‘담배’로 편입됐지만 핵심 문제는 그대로 남았다. 규제는 시작됐지만 청소년 노출은 줄지 않았고, 시장은 이미 규제를 피해 움직였다.
전자담배 문제의 본질은 단순한 성인 소비를 넘어 청소년 건강권 문제다. 냄새가 적고 기기 형태를 띠는 특성은 접근 장벽을 낮춰 흡연 입문 통로로 자리 잡았다. 고교 2학년 여학생 기준 액상형 전자담배 흡연율(1.54%)이 일반 담배(1.33%)를 앞질렀다. 흡연이 줄어든 것이 아니라 시작 방식이 바뀌고 있다는 의미다.
더 큰 문제는 성분이다. 액상형 전자담배는 액체를 기기에 주입해 가열·흡입하는 방식이어서 어떤 물질이든 넣어 사용할 수 있다. 검증되지 않은 화학물질이 청소년에게 그대로 노출될 수 있는 구조다.
그러나 정책은 다른 지점을 겨냥했다. 국회와 정부는 합성니코틴을 담배로 볼 것인지, 세금을 부과할 것인지에 초점을 맞췄다. 논쟁은 과세와 산업 영향에 머물렀고, 청소년 접근 차단과 이용환경 관리 문제는 뒤로 밀렸다. 그 사이 무인매장, 온라인 거래, 대리구매가 결합된 유통망은 빠르게 확산됐다.
뒤늦은 제도 도입도 흐름을 바꾸지 못했다. 합성니코틴은 규제 대상이 됐지만 시장은 곧바로 규제 밖 상품인 유사니코틴으로 내놨다. 일부 수요가 유사니코틴으로 이동하는 ‘풍선효과’도 나타났다. 성분검사 이전 유통도 허용됐다. 비과세 재고까지 시장에 남아 가격체계는 이원화됐다. 비과세 재고와 성분 미검증 제품이 동시에 유통되는 ‘이중공백’이 형성된 것이다.
이 공백은 곧바로 청소년에게 전가된다. 무인판매와 비대면 거래는 여전히 접근통로로 작동한다. ‘무니코틴’ ‘비규제 제품’이라는 이름 아래 성분이 불확실한 제품이 유통되고 있다. 전자담배는 흡연 입문을 넘어 마약유통 수단으로까지 활용되고 있다. 결국 이번 입법은 정책의 출발점이 잘못됐음을 드러냈다. 전자담배를 세수와 정의의 문제로 접근하는 동안, 정작 보호해야 할 청소년 건강권은 중심에서 밀려났다.
이제 기준을 바꿔야 한다. 무엇이 담배인지가 아니라 누가 어떤 위험에 노출되는지가 정책의 출발점이 돼야 한다. 이번에는 국회 보건복지위원회가 입법 공백 재점검에 나서야 한다. 보건복지부는 성분 관리와 사전 검증체계를 보완해야 한다. 교육부와 성평등가족부는 청소년 접근 차단과 이용환경 관리에 직접 나서야 한다. 부처별 대응이 아니라 청소년 건강권 중심의 통합 대응이 필요하다.
청소년 관련 시민단체도 역할을 해야 한다. 시장은 이미 규제 바깥에서 빠르게 재편되고 있다. 지금 목소리를 내지 않으면 제도는 다시 뒤따를 수밖에 없다. 청소년은 이미 노출됐다. 더 늦으면 미래세대가 대가를 치르게 된다.